[커버스토리] 위기의 생보사들 구조조정 신호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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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한국 생명보험 업계는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는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

5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삼성생명의 경영상태를 점검한 미국의 컨설팅회사 매킨지는 이렇게 진단했다.

고금리 확정상품이 많기 때문에 초저금리 상황에서 역마진(보험금과 지급하는 이자보다 보험료를 운용해 얻는 수익이 적음)현상이 나타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전통적 판매조직을 두고 있어 외국계 생보사와 농협.우체국의 유사보험에 시장을 빼앗기는 점이 위기의 원인으로 꼽혔다.

이같은 진단을 받은 삼성생명은 3일 인력을 13% 줄이고 조직을 축소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40%가 넘는 시장점유율로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인력 감축은 생보업계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생보사들은 이미 지난해 3월 7천9백개였던 영업소를 6천3백90개(올 6월말)로 줄이면서 보험설계사를 1만명 감원(21만4천명→20만4천명)했고, 올 들어선 역마진을 벗기 위해 보험상품의 예정이율을 두차례 낮췄다(보험료는 많아짐). 하지만 이 정도로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진단에 따라 추가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 배정충 사장은 이날 사내방송을 통한 월례 조회에서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연말까지 ▶희망퇴직 4백명▶본부 직원 1백명을 설계사로 전출▶별도 법인인 대리점으로 2백50명 전출▶그룹 관계사로 3백명 전출 등을 통해 본사 임직원 1천50명을 줄이기로 했다.

또 1백개 지점 중 10여개를 통.폐합하고 영업소 1천4백20개 중 90여개를 축소하기로 했다. 콜센터와 채권관리센터도 연말까지 분사할 계획인데, 이렇게 하면 본부 인원 1백여명을 더 줄일 수 있다는 것. 전산 부문 분사 문제는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보험설계사에 대해서는 자연적으로 줄어드는 인력을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최대 20%까지 줄이고 대신 남성 설계사 조직을 강화하겠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裵사장은 "그동안 저금리에 따른 역마진에 대처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많은 노력을 했지만 컨설팅 결과 (7개 생보사가 파산한)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이번 구조조정이 시작일 뿐이며 앞으로 상시 구조조정 체제를 구축해 장기적으로 자산운용과 상품구조를 '개혁' 하겠다고 밝혔다.

한 생보사 임원은 "삼성생명의 구조조정안은 현 상황과 미래 영업 전망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며 "업계 선두주자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만큼 나머지 생보사도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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