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혹키운 인천공항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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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인천국제공항 유휴지 개발 사업자 선정 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 발표가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검찰은 이상호(李相虎)전 인천국제공항공사 개발사업단장과 국중호(鞠重皓)전 청와대 행정관 등 두명을 구속 기소하고 뇌물을 준 한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공소 제기와 동시에 사건 수사가 마무리돼 온 전례에 비춰 수사는 사실상 끝난 셈이니 검찰은 국민에게 또다시 실망만 안겨줬다.

명예훼손 고소사건이었지만 수사 핵심은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로비 의혹과 사업자로 참여한 여권 실세 친인척 관련 외압 여부였다. 수사 착수 당시 검찰도 "고위층 인척 연루설 등으로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외압.로비 부분에 대해 한점 의혹없이 수사하겠다" 고 공언했다. 고소장 접수 직후부터 고소인을 철야 조사하고 공휴일도 없이 서두르는 모습은 검찰의 철저한 수사 의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동안 무엇을 수사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발표한 내용대로라면 수사팀이 그렇게 요란스럽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비리 혐의가 있다며 관련 업체 사무실과 근무처.자택의 압수수색에다 통화내역 조사, 가족의 금융계좌까지 추적해 놓고도 아무런 소득이 없다면 방향이 잘못된 수사고 과잉수사가 아닌가. 로비.외압 의혹 등 사건 본질에는 접근조차 못한 채 수사 시늉만 해온 꼴이니 더욱 한심하다.

이 사건은 검찰 발표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그대로 남아 있다. 구속된 鞠전행정관이 외압 실체이고 그가 여행 경비로 받은 2천달러(약 2백63만원)가 그 대가였다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평가위원단이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한 후에도 강동석(姜東錫)공항공사 사장이 막무가내로 바꾸려 한 이유와 목적, 원익과 에어포트72의 로비 여부,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의 정치권이나 다른 청와대 관계자 등의 외압과 비리 의혹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검찰은 초기 수사 잘못으로 특검제 도입 등 곤욕을 치렀던 옷 로비 의혹 사건이나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의 교훈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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