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통일 "김정일, 주한미군 역할 변경 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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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임동원(林東源)통일부 장관은 29일 “지난해 6월 남북 정상회담 때 북한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주한미군의 ‘철수’가 아닌 ‘역할변경’이란 표현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林장관은 이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서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의원이 주한미군과 관련한 북한의 입장을 묻자 “金위원장은 당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주한미군이 남북한과 주변세력 사이에 균형을 잡아주고 안정을 유지해 주는 군대로 남아있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林장관은 또 “金위원장은 ‘(한국에서의)미군주둔은 미국과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미군이 적군이 아니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상회담 후 정부는 ‘金위원장이 통일이전에도 주한미군의 철수에 반대했고,통일후에도 계속 주둔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설명을 해왔으나,金위원장이 ‘주한미군의 역할변경’을 언급했다는 점이 정부고위당국자에 의해 밝혀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동복(李東馥)명지대 초빙교수는 “林장관의 설명대로라면 북한의 입장은 주한미군 존속에 무게를 두었다기보다는 대북 전쟁 억지력으로서의 주한미군의 역할을 먼저 바꾸라는 것”이라며 “이는 결국 주한 미군은 북한에 우호적인 군대로 돼야 남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林장관은 “金위원장이 ‘91년 김용순(金容淳)노동당 비서를 미국에 보내 이런 입장을 통보했다’고 밝힌뒤 ‘그런데 당시가 미 공화당 때인데 민주당(클린턴 정부)에도 그걸 전달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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