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폐수 바다로 '콸콸'… 적조 피해 키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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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29일 오후 경남 고성군 마암면 두호리 당항만 인근 고성천.

인구 2만5천여명의 고성읍을 지나는 고성천에선 시커먼 오.폐수가 계속 남해로 흘러나가고 있었다. 열흘 이상 적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연안바다는 금세 오.폐수와 뒤섞여 색깔이 희뿌옇다 못해 악취마저 풍기고 있었다. 읍을 포함, 고성군은 6만2천명의 인구가 하루 3만t의 생활하수를 배출하고 있지만 정화시설이 한 곳도 없다.

사정은 적조로 물고기 수십만마리가 떼죽음한 경남 통영시 산양읍 일대도 마찬가지. 양식장이 밀집해 있는 바다와 맞닿은 2~3㎞ 길이의 소하천 10여개 역시 오.폐수를 바다로 콸콸 흘려보내고 있었다. 유해성 적조가 남해에 이어 강원도 동해안까지 확산하며 보름째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연안지역의 하수처리가 부실, 적조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적조가 고온현상으로 인한 자연재해이긴 하지만 바다의 부영양화가 큰 원인" 이라며 "부영양화의 주범인 하수처리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해마다 피해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입을 모은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연안지역의 평균 하수처리율은 43.9%로 내륙지방의 68.4%보다 훨씬 낮은 편인데다 특히 연안지역 중 시가지를 제외한 읍.면지역은 하수처리시설이 대부분 없어 실제 하수처리율은 10%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하수처리율이 0.5%에 불과한 전남 여수시의 경우 교동 남산다리 아래 연등천 여수터미널 앞 하수관에서도 탁한 하수가 콸콸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 바다에는 횟집.식당.방앗간.정육점 등에서 흘려보낸 생선찌꺼기.오징어다리.양파껍질.페트병 등이 널려 있다.

상인 朴모(56)씨는 "주민들이 별다른 생각없이 생활하수를 버려 바닷물이 심하게 오염, 적조피해를 보고 있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여수시는 하루 10만여t의 생활하수가 바다로 흘러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 거제.고성.남해.하동 등 바다를 끼고 있는 4개 시.군은 하수처리율이 거의 제로다. 가동 중인 하수처리장이 한 곳도 없어 하루 수십만t의 생활 오.폐수가 바다로 흘러들고 있는 것이다.

국립수산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연안 60곳 가운데 거제.진해.영일만 등 31곳의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이 1997년보다 오히려 증가, 수질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해양오염방지를 위해 96년부터 지난해까지 3조4천억원을 투입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국립수산진흥원 적조연구과 이삼근(李三根)과장은 "적조예방의 가장 좋은 방안은 육지에서 흘러가는 생활 오.폐수를 정화하는 하수처리시설 설치" 라며 "지금부터라도 서두르지 않으면 더이상 서해도 안전할 수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남해안=김상진.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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