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5%… 고이즈미 개혁 멈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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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일본 총리의 '개혁 드라이브' 정책이 '실업률 5%' 충격으로 심각하게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주가급락에도 불구하고 담담했던 고이즈미도 이번에는 고용확대를 위해 추가로 예산을 투입키로 하는 등 고심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국민의 불안감이 빠르게 증폭되고 있고 자민당.정부 내부에서도 경기부양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이제 막 시작한 고이즈미 개혁이 상당한 반발에 부닥칠 가능성이 커졌다.

◇ 국민.여론 반응=교육비 등으로 지출이 가장 많은 40~50대와 사무직.관리직 출신 실업자와 영세 자영업자가 가장 고통받고 있다.

특히 개혁 불만론자가 늘고, 찬성하더라도 원론 수준일 뿐 "고통이 빨리 끝나기를 바란다" 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전국 공공직업안정소에 재취업 알선을 신청한 40~50대 1백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0%가 반대했다. 찬성론자 60% 가운데 대부분도 "고통이 장기화하면 안된다" 고 응답했다. 실업이 더욱 늘면 개혁에 국민이 등을 돌릴 가능성이 큼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많은 일본 언론은 "실업자가 계속 늘면 사회불안이 확산하고 디플레가 가속돼 구조개혁이 실패할 우려가 크다" 고 지적했다.

◇ 흔들리는 자민당.정부=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29일 "고이즈미가 고용확대를 위해 추경예산을 편성, 실업수당.실업자 재훈련 및 재취업 지원 등에 2조~3조엔을 투입키로 했다" 고 보도했다. 고이즈미는 또 총리실에 경제와 외교를 담당하는 2개 간담회를 설치해 직접 챙기기로 했다.

그러나 아사히(朝日)신문은 "자민당과 정부 내부에서 개혁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고 보도했다. 28일 열린 자민당 전국 지역간사장 회의에서도 경제대책을 세우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히라누마 다케오(平沼赳夫)경제산업상은 "지금은 두 마리의 토끼(구조조정.경기대책)을 잡아야 할 때" 라고 말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자민당 정조회장은 "내년도 예산을 30조엔 이하로 억제하는 데 집착할 필요가 없다" 고 말했다. 이는 고이즈미의 개혁방향과 배치되는 것이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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