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륜 고검장 복직 후 첫 출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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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대법원 판결에 따라 2년6개월 만인 27일 검찰에 복귀한 심재륜(沈在淪.57.사시7회)대검 무보직 고검장은 "어렵게 이룬 복직의 의미를 헛되이 하지 않겠다" 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대 법대 동기이자 사법시험 후배인 김경한(金慶漢.사시 11회)서울고검장은 '한지붕 식구' 가 된 沈고검장이 이날 오전 11시30분쯤 서울고검 13층에 마련된 자신의 집무실로 출근하자마자 영접 인사차 찾아가 10여분간 환담을 나눴다.

沈고검장 집무실은 법무부 장관이 주로 전국 검사장 회의 뒤 검사장들을 개별 면담할 때 사용해온 40여평의 사무실을 개조한 것이다.

沈고검장은 무보직 고검장이라는 직위를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막 태어난 아기에게 언제 장례 날짜 잡을 거냐고 묻는 셈" 이라며 그의 출근이 일과성 행사가 아니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이에 앞서 沈고검장은 법무부와 대검찰청을 차례로 들러 최경원(崔慶元.사시 8회)법무부 장관과 신승남(愼承男.사시 9회)총장에게 각각 검찰 복귀 신고를 했다.

후배들에게 발령신고를 하는 게 어색하지 않았느냐고 기자들이 묻자 沈고검장은 "두 분 다 조직에 보탬이 돼달라며 덕담을 해주셨다" 면서 "이런 상황을 희화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 거듭 말했다.

崔장관과 愼총장은 각각 법무부 차관과 검찰국장으로 재직하던 1999년 2월 沈고검장에 대한 징계면직을 결정한 법무부 징계위원회 위원이었다.

서울고검 및 지검 간부들과 검사들은 沈고검장이 무보직 신분이어서 정식 신고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찾아가 인사를 했다.

서울고검 한 관계자는 "대기발령이나 다름없는 무보직 신분까지 무릅쓰면서 소신을 굽히지 않는 모습이 존경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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