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찜하게 농구공 놓는 ‘영원한 오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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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선수생활 은퇴를 발표한 이상민. [중앙포토]

‘영원한 오빠’ 이상민(38)이 코트를 떠난다. 팬 반응은 시끌시끌하다.

프로농구 삼성 구단은 21일 “이상민이 은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상민에게 지도자 전환을 권유했고 이를 이상민이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상민은 이날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삼성은 보도자료에서 “이상민이 삼성에서 정상을 차지한 후 은퇴하고 싶었는데 마지막 마무리를 못해 아쉽다. 체력 저하와 고질적인 허리 부상 등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22일 서울 태평로의 태평로클럽에서 이상민 은퇴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이상민의 팬클럽 ‘이상민을 사랑하는 사람들’ 팬카페와 삼성 구단 홈페이지에는 이상민의 은퇴에 반발하는 내용의 글이 줄을 이었다. 이상민에 대한 응원 메시지가 있는가 하면 ‘등 떠밀린 은퇴’ ‘은퇴하길 바랐던 삼성, 방법이 치졸하다’는 등의 과격한 내용도 있다. ‘트레이드를 요청하자’ ‘다 함께 은퇴 경기에 보이콧 하자’는 글도 눈에 띄었다.

이상민의 은퇴 선언에 파장이 큰 이유가 있다. 이상민은 38세의 나이에도 프로농구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그는 올스타를 팬 투표로 뽑기 시작한 2001~2002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9시즌 연속 팬 투표 1위였다. 또 이상민은 아직까지 직접 은퇴 의사를 비친 적이 없다.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를 마친 후 “다음 시즌에도 훈련 많이 시키면 정말 은퇴할 것”이라고 농담했을 정도로 선수 생활을 더 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삼성과의 계약기간도 1년 남아 있다.

이상민은 2007년 당시 10년간 몸담고 있던 KCC에서 본인 의사와 상관 없이 삼성으로 이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한 팬의 반발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도 파장이 커진 이유다. 일부 팬은 이상민이 자신의 의지보다는 구단의 뜻에 따라 은퇴를 결정한 게 아니냐면서 “두 번이나 팽 당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삼성의 이성훈 사무국장은 “본인에게 충분한 선택 기회를 줬다.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할 몸 상태가 아니란 걸 자신이 더 잘 알기에 결정했다”면서 “밀려난 게 아니라 새로운 출발을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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