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도 클래식 들려주면 '깊은 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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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의 매운맛이 물씬 풍겨나오는 전북 순창군 가남리의 대상식품 숙성실.

고추장.된장을 발효시키는 30~60t짜리 80여개의 탱크를 갖춘 이 공장에는 24시간 내내 감미로운 선율이 흘러나온다. 고추장.간장의 원료인 메주를 발효시키는 미생물의 활동을 촉진시켜 깊은 장맛을 내기 위해서다.

이곳을 거쳐가는 고추장은 15~30일, 간장은 6개월 동안 차이코프스키의'백조의 호수'를 비롯해 비발디의'사계',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등을 감상하는 셈이다. 이 회사는 고추장.된장의 음악 감상을 위해 1000여만원을 들여 지난해 11월 숙성실에 고급 오디오.앰프 시설까지 갖췄다.

이렇게 음악을 들려 준 고추장은 맛이 한결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부 100명을 대상으로 고추장 맛을 모니터링한 결과 음악을 틀어준 제품은 100점 만점에 평균 84점을 얻어 그냥 숙성시킨 고추장(75점)보다 9점이 높았다.

이 회사는 더 한국적이고 전통적인 장맛을 내기 위해 내년부터는 사물놀이.민요 등 우리 전통 국악도 함께 틀어줄 계획이다.

음악을 틀어줌으로써 동식물이 성장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그린 뮤직 시스템'은 그동안 사과.배 등을 키우는 과수원이나 돼지.닭 등 사육농가에서 활용돼 왔다.

이 같은 음악 시스템은 수질 보전 논란을 빚고 있는 새만금 유역의 오폐수 처리에도 도입될 전망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최근 만경강.동진강 등 새만금 유역에 설치되는 30여개의 오폐수 처리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그린 뮤직 시스템'구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폐수를 정화하는 미생물의 활동을 음악을 통해 촉진시켜 수질을 개선하려는 것이다.

전북도 수질보전과 한웅재 과장은 "선진국에서는 일부 폐수처리장에서 음악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아직 구체적으로 계량화된 것은 없지만 효과가 있는 것 같아 새만금의 오폐수 처리 시설에도 이를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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