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러기 책동네] '시애틀 추장' '우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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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주로 미국 영화를 통해 우리가 접해온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모습은 극과 극이다. 백인들의 머리가죽을 벗기고 개척자 가족들을 무차별 살해한 미 서부영화의 호전적 인디언들과, 자연과 교감하며 자유롭게 살다가 우세한 총기를 앞세운 백인들에 의해 학살된 '늑대와 함께 춤을' 류의 평화주의적 인디언들 - .

한마당 출판사가 내놓은 두 권의 그림책 『시애틀 추장』과 『우쉬』는 후자, 즉 자연과 생명, 우주의 삼라만상에 대해 겸허한 세계관을 가지고 평화롭게 살았던 인디언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백인 중심으로 흘러온 역사관에 대한 반발로 인디언들에 대한 이같은 평가가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이 요즘의 추세이지만, 사실 그것도 정확한 진실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그림책이나 동화들이 지나치게 백인 중심 문화에 편중돼왔던 것을 생각할 때 아이들에게 문화적으로 고른 영양을 섭취하도록 해주기 위해 인디언들의 주술과 상징, 신화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는 이 책들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싶다.

『시애틀 추장』은 미국 태평양 연안의 아름다운 항구도시가 그 이름을 땄을 만큼 유명했던 북아메리카 인디언 지도자의 연설을 그림책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워싱턴 정부가 인디언들을 대량 학살한 뒤 땅까지 강제로 사려 하자 그는 "이 땅은 우리의 소유가 아니다.

우리가 이 땅의 일부일 뿐" 이라며 거부했다고 전해진다. 인간과 자연은 원래 한 몸이라는 인디언의 오랜 믿음이 담긴 그의 말 뿐 아니라, 아찔할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과 그 속에 어우러진 인디언들을 묘사한 그림들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황금을 찾는 백인들에게 부족이 몰살 당한 후 앞을 못보는 인디언 소년 우쉬가 살아남기 위해 겪는 모험 이야기 『우쉬』도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또 다른 스타일의 그림들이 먼저 눈을 사로잡는다.

담뱃대의 열기를 따라, 그리고 곰의 정령의 도움을 받아 인디언들의 마지막 피난처인 '세상의 꼭대기' 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우쉬는 역시 위기에 처해 방황하는 많은 야생동물들을 만난다. 마침내 세상의 꼭대기에 우뚝 선 우쉬는 난생 처음 눈을 뜨고 아름다운 아침 해를 보게 된다. 그리고 노래한다.

"대지가 보이네/대지를 보며 나는 미소짓네/대지가 나를 행복하게 해주기 때문이라네/대지도 나를 바라보네/나를 보며 미소짓네/즐겁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대지 위를 걷게 해 주오. "

인간과 자연에 대한 웅장한 서사시같은 이 두 권의 책. 내용이나 주제의식은 초등학교 고학년쯤은 돼야 스스로 이해할 법 하지만, 저학년 아이들이라도 함께 책장을 넘기며 인디언 문화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볼 만한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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