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검사들은 주변 배회하는 ‘파리떼’를 경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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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검사는 평소 몸가짐에 조심해야 한다. 남의 비리를 캐내 단죄(斷罪)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뒤가 켕기는 ‘업자’들은 검사 주변에 파리떼처럼 늘 배회한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보험’을 들기 위해서다. 촌지(寸志)·향응으로 추파를 던지며 이른바 ‘검사 스폰서’ 행세를 자청한다. “검사는 직무 수행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우려가 있는 자와 교류하지 아니한다”고 주문한 검사윤리강령은 이를 염두에 둔 규정이다.

경남 지역의 건설업체 전(前) 대표가 1984년부터 20여 년간 검사들에게 스폰서 노릇을 해왔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검찰에 낸 진정서에서 현직 검찰 고위 간부를 포함해 수십 명을 거명했다고 한다. 회식·송별식 비용과 매달 30만~100만원의 촌지를 제공하고 룸살롱 접대도 했다는 것이다. 그가 사기 등 혐의 등으로 구속된 전력을 볼 때 이런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순 없다. 자신에 대한 수사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 식사·행사의 단순한 만남을 부적절한 접대로 과대포장해 ‘협상용’으로 꺼낸 카드일 수도 있다. 특정 지역에서 벌어진 일로 전체 검사와는 무관할 사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느냐’는 식으로 검찰 전반에 대한 의혹과 불신으로 퍼지고 있다. 이는 검찰이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지난해 스폰서 검사 논란으로 검찰총장 내정자가 사퇴했고,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1만 달러를 받은 검사장이 사직했다. 1997년과 99년 연이어 터진 의정부·대전 법조비리 사건으로 ‘떡값’과 ‘전별금’을 받은 검찰 간부들이 옷을 벗은 적도 있다.

이번 문제를 대충 넘겨서는 결코 안 된다. 국민 정서를 자극하고 검찰의 명예가 걸린 사안이다. 건설업체 전 대표의 주장이 대부분 10년 전의 일이라 감찰 시효(3년)가 지났다는 소극적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검찰은 주장의 진위를 명쾌하게 가려내 불명예를 털든지, 비위가 있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울러 검사들은 의례적인 식사 대접이 결정적 순간 뒤통수질로 둔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자기 관리에 보다 엄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