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빼기 체험기] 下. 술 과감히 끊고 육류 섭취 줄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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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운동을 하지 않고도 뱃살을 뺄 수 있을까? 뱃살의 원인은 나이.유전.체중 증가.운동부족 등이다. 하지만 체중을 적절히 유지하고 꾸준히 운동한다면 타고난 체형이나 나이는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운동 부족은 인슐린 작용에 영향을 주어 그 자체로 인슐린 저항성과 복부 비만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운동 없이는 뱃살이 빠지지 않는다.

하루 30분 이상 걷기가 빠진 뱃살을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지만 뱃살 빼는 데에는 뚜렷한 효과가 없었다. 12주 동안 주 4회, 한번에 30분 이상 유산소성 운동을 하는 것이 피검자인 내게 주어진 과제였다.

나는 러닝머신에 올라 5분은 보통 속도(시속 5~6㎞)로 시작해 빠르게 걷기와 가벼운 조깅(시속 7~8㎞)을 20분간 한 후 마지막 5분은 다시 보통 속도로 걸었다. 점차 익숙해질수록 조깅시간을 늘려 나중에는 10~15분을 쉬지않고 뛰었다. 운동강도를 낮추어 오랜 시간 할수록 체내 지방을 효율적으로 태운다고 알려져 있지만 바쁜 시간을 쪼갠 나에게는 30분도 아까웠다.

꿈쩍 않던 체중이 줄기 시작한 것은 3주 후부터였다. 바지춤이 헐거워지니 뱃살을 본격적으로 빼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앞서 소개한 '건강 다이어트' 와 함께 평소 즐기던 술을 과감히 끊었다. 과음은 필연적으로 내장지방 비만을 초래한다.

육류 섭취를 의도적으로 줄였기 때문에 특히 결핍되기 쉬운 비타민 B12를 매일 복용했다. 12주 운동 프로그램이 끝난 후 나의 허리는 34인치에서 31인치로, 몸무게는 72㎏에서 62㎏으로 줄었다. 필자의 경험에서 얻은 지침을 몇가지 소개해 본다.

◇ 체중계 눈금을 멀리하자=체중의 노예가 되어선 안된다. 체중을 자주 측정하면 체중 강박증에 걸리기 쉽다. 자신의 건강체중이 반드시 표준체중이나 이상체중과 같아야 할 이유는 없다.

◇ 다이어트한다는 사실을 주위에 널리 알리자=간혹 귀찮고 힘들어질 때 다른 사람 눈 때문에 이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 몸에 맞는 옷을 새로 사입자=허리가 3인치 줄었을 때 허리에 꼭 맞는 바지를 새로 산다. 식사 때 허리띠를 느슨하게 풀지 말고 허리가 조일 때 수저를 놓는 습관을 들인다.

◇ 일상생활을 운동같이=규칙적인 운동이 쉽지 않다면 일상에서 가급적 많이 움직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계단을 주로 이용하고, 틈나는 대로 걷는다는 생각을 가진다.

◇ 아빠 식성이 바뀌면 가족이 건강해진다=주부들이 가장이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식단을 꾸미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아빠 식성을 따르게 된다. 우리집 식단이 바뀌면서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채소 섭취가 늘었다.

뱃살은 나이 먹으면서 생기는 자연스런 생리현상이 아니라 게으른 사람의 응보(應報)다. 이 칼럼이 독자들의 건강을 되찾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박용우 교수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문의 : 02-2001-2277.( '뱃살빼기 체험기' 上은 9일, 下는 16일자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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