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수사 통화내용 따라 '뇌관' 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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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인천공항 유휴지 개발사업자 선정 스캔들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두명의 추가 개입 의혹이 제기되며 새 국면을 맞았다.

과연 이 두 사람과 이상호(李相虎)전 공항공사 개발사업단장이 나눈 통화내용이 무엇인지가 핵심이다. 사건을 맡은 인천지검은 그러나 21일 이와 관련해 일절 언급을 회피했다. 청와대도 두 행정관의 재직사실만 확인한 채 침묵을 지켜 궁금증을 키웠다.

◇ 축소 수사 의혹=두 행정관과의 통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중호(鞠重皓.구속)전 행정관 이외에 외압을 행사할 만한 정치권 인사나 권력기관 인사 등은 없었다" 고 했던 종전의 검찰측 설명은 일단 신빙성이 작아졌다.

李전단장과 두 행정관과의 통화 역시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최종 발표일(7월 30일) 전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들과의 통화가 통상적인 업무협의를 위해 이뤄졌을 가능성은 이미 鞠씨의 전례로 보아 믿기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청와대 일부 인사들이 사업자 선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수 있다는 주장, 그리고 검찰이 청와대를 의식해 수사를 축소.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 무성한 추측=새로 드러난 두 행정관과 李전단장간의 통화에 대해선 다른 해석도 있다. 鞠씨와의 통화가 鞠씨가 직접 李전단장에게 외압성 전화를 걸었던 것인 반면 두 행정관과의 통화는 李전단장이 전화를 건 것이어서다.

특히 S행정관과의 세차례 통화는 모두 2차 평가(7월 16일)가 끝난 뒤 이뤄졌다. 그중 두번(7월 25, 26일)은 이미 李전단장이 보직을 해임(7월 23일)당한 뒤다.

사업자 선정에 관여할 수 없게 된 시점인 만큼 에어포트 72를 밀어달라는 요구가 먹히지 않을 때다.

따라서 에어포트 72를 밀었던 鞠씨와의 통화와는 성격이 다르리란 시각이 없지않다.

이와 관련, 李전단장이 보직 해임된 뒤 사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통화를 했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 원익과도 수차례 통화=李전단장은 지난 5월부터 7월 10일 사이에 ㈜원익.삼성물산 등과도 수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에게 제기돼 있는 원익측의 역로비 의혹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다. 6월 22일 ㈜원익에 유리하도록 평가계획 항목이 변경되기 이전부터 그쪽과 접촉해 왔음이 드러난 것이다.

결국 이런저런 의문들을 명쾌하게 정리하기 위해선 새로 드러난 통화내용에 대한 분명한 수사와 결과 공개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영진.엄태민.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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