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 "인수인계도 안돼" 자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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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건설교통부 내부에서는 미 연방항공청(FAA)이 2등급 판정을 내리기 전 우리가 제대로 대응만 했더라면 수치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자성론이 만만찮다.

FAA가 지적한 문제점이 지난해 6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미흡하다고 꼽은 사항과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건교부가 숱한 항공사고를 겪으면서 그때마다 내놓은 대책은 예산 타령과 부처간 의견 조율이 안된다는 핑계에 묻혔다.

자리만 지키다 부서만 떠나면 나몰라라 하는 주요 공직자의 무책임 탓이 크다.

특히 건교부 장관의 경우 개각 때마다 "공동 여당의 나눠먹기 몫 임명" 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따라서 전.후임자가 주요 업무 현안을 인계.인수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미국 항공전문지가 지난해 세계 평균 사고율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항공기 사고율이 세계 평균 2.43%의 배에 달한다는 보고서가 나왔어도 정부의 항공안전 대책 수립은 뒷전으로 밀렸다.

건교부 일부에서는 "FAA의 이번 결정이 우리나라 항공안전 정책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치유할 수 있는 기회" 라고 평가할 정도다.

이같은 난맥상은 최근 주택정책에서도 빚어졌다.

오장섭(吳長燮)건교부 장관은 지난 7일 소형 아파트 건설 의무제를 부활하기로 한 것과 관련,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아 짓는 소형 아파트의 분양가도 전면 자율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급물량은 수요에 의해 결정되므로 분양가 자율화가 소형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데 별 효과를 보기 어렵고 분양가만 올려 서민의 주택구입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일주일 뒤 이를 철회하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차진용.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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