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서 성매매 방지 교육 30여개 부대 방문 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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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초 성폭력상담소 강사가 12일 홍천 제1야전군 번개부대에서 성매매 방지 교육을 하고 있다. [연합]

"성매매, 꼭 필요하나요."(강사)

"예, 필요합니다."(군인)

"왜 필요하지요."(강사)

"성매매가 아니고는 성욕을 제대로 해소할 수 없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에요."(군인)

12일 오전 강원도 홍천군 소재 제1야전군 번개부대 성매매방지법 교육 현장. 속초시 성폭력상담소가 여성부 후원을 받아 마련한 이날 교육은 90분 내내 쑥스러움과 호기심이 버무려진 분위기에서 흥미진진하게 진행됐다.

피교육생들은 이 부대 소속의 대령부터 하사까지 250명의 간부. 강사 유혜정(40.속초시 성폭력상담소장)씨는 피교육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인용해 "통념과는 달리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성을 구매한 경우는 일부(7.8%)에 불과하고 50% 이상은 접대나 술자리에 어울려서 하게 된다"고 얘기해줬다.

강의 도중 유 소장이 "군인들이 자신의 성경험을 과장되게 얘기한다면서요"라고 묻자 교육생들은 웃으면서 "절대 그런 일 없습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날 교육을 주관한 제1야전군사령부 김문수 대령은 "군인들이 성매매방지법에 대해 듣긴 했지만 실제로 시행 여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기도 한다"면서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확실히 느끼게 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법 시행 뒤 전국에서 10명의 군인이 입건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의가 끝날 무렵 유 소장이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고 선서하는 게 어떠냐"고 즉석에서 권유하자 몇몇 피교육생이 자발적으로 손을 들었다. 이 중 조상진 하사가 대표로 "내가 성매매를 하지 않을 뿐더러 동료에게도 권하지 않겠다"고 '신고'했다. 여성부는 강원도의 여성단체와 손잡고 다음달 초까지 군 부대 30여곳에서 성매매 방지 교육을 할 예정이다.

홍천=문경란 여성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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