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주부들 '잠자리 파업' 100%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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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터키 한 마을의 주부들이 벌여온 '잠자리 파업' 이 성공해 화제다.

남부 지중해 연안의 작은 마을 시르트의 주부들은 한달 전부터 남편과의 '잠자리' 를 거부하는 운동을 벌였다.

문제는 주당국이 석달전 이 지역 상수도관이 낡았다며 수돗물 공급을 중단하면서 시작됐다.

수돗물이 끊기자 시르트의 주부들은 수㎞ 떨어진 우물에서 물을 길어와야 했다.

그러다 물동이를 나르는 데 지친 한 주부가 "수돗물이 나올 때까지 남편과의 성관계를 거부하자" 고 제안했다.

농담처럼 던진 이 제안에 시르트의 모든 기혼 여성이 동의, 당장 그날 밤부터 이른바 '잠자리 보이콧' 이 시작됐다.

이 아이디어는 '한 주부가 읍내 다방 여급과 놀아나는 남편에게 성관계를 거부해 상황을 역전시킨다' 는 내용의 1983년 히트 코미디 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것.

처음엔 장난으로 여기던 시르트의 남편들은 파업이 한달이나 계속되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지사에게 잇따라 탄원서를 보내 수돗물 공급과 수도관 교체약속을 받아냈다.

파업에 참여했던 한 기혼여성은 "목욕도 빨래도 할 수 없는데 무슨 일에 신경을 쓸 수 있었겠느냐" 며 기뻐했다고 터키 일간지 후리에트는 전했다.

그러나 상당수 남편이 부인과 잠자리를 같이 하기엔 여전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일부 '강경파' 주부들이 "내친 김에 수도관이 교체될 때까지 파업하자" 고 목소리를 높이기 때문이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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