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달마 화가', 달마 일대기 영화로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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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제 화폭이 아니라 스크린에서도 달마를 한번 그려보고 싶습니다."

17년간 달마 그림만 그려온 달마 전문화가 석주(石舟) 이종철(60) 화백이 영화제작에 뛰어든다. 대전시 갈마동에서 달마연구원(선화사랑)을 운영하고 있는 이 화백은 15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달마대사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를 만들 계획이다. 영화제목은 '보리(菩提)달마', 상영시간은 90분으로 정해졌다. 보리란 불교에서 수행 결과 얻어지는 깨달음의 지혜 또는 그 지혜를 얻기 위한 수도 과정을 이르는 말이다.

'달마야 놀자'처럼 제목에 '달마'가 들어간 영화는 여러 편 있었지만 달마의 삶을 다루는 영화가 제작되기는 처음이다. 이 화백은 시나리오도 직접 쓰고 있다. 이달 말 시나리오 작성이 끝나면 연말에 크랭크인해 내년 6월까지 영화 제작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제작비는 이 화백의 개인 재산과 후원금 등으로 충당키로 했다.

그가 달마 영화를 만들기로 한 것은 달마대사의 실체를 일반인들에게 정확히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달마를 그리는 것만으로는 달마를 제대로 알릴 수 없고,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수만장의 달마 그림을 그려 많은 사람에게 공짜로 나눠 주었지만 달마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며 "생사의 경계를 초월해 보통사람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예사로 해낸 달마의 드라마틱한 인생을 스크린에 실감나게 담아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달마는 중국 선종(禪宗)의 창시자로 알려졌으나 출생과 사망 시기가 분명하지 않다. 인도에서 태어나 서기 520년 중국으로 가 소림사에서 수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화백은 광복이 되던 해 일본 야마구치(山口)시에서 태어나 두살 때 한국에 와 대전에 정착했다. 1970년대 초 3년간 극장에서 쇼를 하는 예술단의 단장으로 일했고 잠시 연극 연출을 한 적도 있다.

이후 수년간 사진작가로 활동하다 80년대 초 각박한 세상에 환멸을 느껴 산사(山寺)로 들어갔다. 부처님의 말씀을 깨닫기 위해 노력하던 중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87년부터 붓을 잡았다고 한다.

지금까지 40여차례에 걸쳐 달마화 개인전과 시연전을 열었다. 지난해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때는 대구 지하철 참사로 충격받은 대구 시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달마도 2173점을 그려 대구시에 기증하기도 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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