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살리기의 정공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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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광복절 메시지는 사회 전체가 갈등으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그 치유책으로 '개혁과 화합' 을 앞세우고 집권 후반기의 역점을 경제 살리기에 두었다는 데서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또한 튼튼한 경제 체질을 갖추려면 개혁의 지속적 추진만이 유일한 방안이라는 인식은 당연하고 이에 토(討)를 달 국민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개혁에 대한 의지의 재천명을 빼면 나머지 정책들은 현실에 근거했다기보다 나열.선심성 성격이 많아 개혁의 의지마저 훼손한다는 느낌을 준다.

정부는 중산.서민 계층의 생활 안정을 위해 봉급생활자의 세 부담을 10% 정도 경감하고 향후 3년 내에 2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국민 임대주택을 20만호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산.서민층의 보호는 최소한의 사회 통합을 위해서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임에 분명하다.

더욱이 이들 정책은 집권 초 외환위기를 우선 극복한 뒤 추진하겠다던 이른바 'DJ 노믹스' 의 근간임을 모르지 않는다.

문제는 오늘의 경제 현실이 이런 정책들을 계속 확대해 나갈 여력과 우선순위를 허락하느냐는 것이다. 향후 3년간 국민 임대주택 20만호 건설만 해도 재원과 입지가 뒷받침되면서 제대로 실현될지 의문이다.

그것이 힘들다는 점은 1998년 이후 올 상반기까지 공급된 임대주택이 3만6천여호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말해주고 있다. 소득세 경감 역시 조세형평을 맞추고 감세를 통한 경기진작 효과가 있으나 취약한 재정형편과는 상충요소가 없지 않다.

결국 내년 선거를 향한 포석이라는 야당의 반문 앞에 궁색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로선 일단 약속한 정책은 빈틈없이 대책을 강구하되 그렇다고 무리수를 두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지금은 하고 싶다 해서 모든 정책을 벌여놓고 할 수 없는 '선택과 집중' 이 더 절실한 집권후반기다.

그렇다면 경제 살리기 역시 해답은 고통을 무릅쓴 구조조정과 이를 통한 경제의 불확실성 제거에 있고, 이 점에서 정부의 보다 철저한 현실 인식과 각오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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