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결혼할 때도 '서류전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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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달 말 의사와 맞선을 앞두고 있는 李모(32.여.디자이너)씨는 최근 중매자에게 상대방의 약물 도핑테스트 검사 결과를 알고싶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각성제나 향정신성 의약품의 복용 여부를 알아보려는 목적에서다.

李씨는 "결혼을 한 뒤 약물중독 증세를 발견해 파경에 이른 사례를 알고 있어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이같은 요청을 했다" 고 말했다.

지난달 맞선을 위해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한 姜모(29.자영업)씨는 맞선 조건으로 대학 성적증명서를 요구했다.

姜씨는 "지방에서 자취를 하며 대학생활을 한 선후배들이 동거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며 "학교생활이 성실한 사람들은 이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결혼을 앞둔 미혼남녀 사이에 각종 검사나 서류 등으로 건강.학력.가족관계 등을 확인한 뒤 맞선을 보는 새로운 풍속도가 생기고 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이상호 홍보팀장은 "최근 들어 유전자 검사, 성형수술 여부 판별을 위한 X-레이 검사나 처녀성 진단을 위한 산부인과 검진 결과 등을 맞선 조건으로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며 "상대방 가족들의 출신지.학력.직업 등의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요구가 모두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성병 검사를 필수 조건으로 요구한 鄭모(27.여.잡지사 기자)씨는 지난 6월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했지만 번번이 맞선에 실패해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일반 조건에서는 호감을 가졌던 남성들이 성병검사 제의에 한결같이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연세대 김동노(金東魯.사회학)교수는 "이혼율이 급증하기 때문에 결혼 전 가능한 한 실패 요인들을 미리 제거하려는 것" 이라며 "사회적 불신풍조의 반영" 이라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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