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노비치 고려인협회회장 "모국 지원 절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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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허가이 블라지미르 로마노비치(36.사진)볼고그라드 고려인협회장은 한국말을 한마디도 하지도, 듣지도 못했다.

그러나 러시아어로 통역한 인터뷰에서 "당신은 한국인이냐" 고 묻자 주저없이 "말만 러시아어로 하는 한국인" 이라고 말했다.

정착촌 추진의 리더격인 그는 모국의 지원을 여러차례 호소했다.

- 본인을 소개해 달라.

"할아버지가 스탈린 시대에 여기로 끌려와 정착한 고려인 3세대다. 식용수 유통업을 하고 있다. "

- 지역 고려인협회는 잘 돌아가나.

"지난해에 협회장을 맡아 여기저기 흩어져 사는 고려인들을 찾아다니며 정착촌 구상을 전하며 힘을 합치자고 말하고 있다.

대륙 곳곳으로 떠나거나 이주해 오는 유동인구가 많아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다. 지역 내 6만명쯤 되는 고려인 중 회원이 아직 1천여명밖에 안된다. 하지만 1년 만에 이 정도라면 희망이 있다. "

- 고려인들의 생활에 가장 큰 어려움은.

"고려인 90%가 임차 계절농업에 종사한다. 1년간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고리대금업자.땅주인 등에게 이리저리 뜯겨 남는 게 없다. 그래서 고려인 정착촌 건설이 꼭 필요하다. "

- 정착촌 건설에 예상되는 장애는.

"가장 큰 문제는 고려인들간의 신뢰 여부다. 무엇보다 고려인들이 뭉쳐야 한다. 러시아 당국과의 협상, 한국 정부의 투자와 지원도 필수적이다. "

- 부지 문제는.

"러시아 정부 소유 땅을 저리로 장기임대받아 이용할 수 있다. 너무 많은 유휴지 문제로 골치를 앓는 러시아 정부도 호감을 표현해 놓은 상태다. "

- 모국에 하고픈 말은.

"고려인들은 반드시 일어선다. 모국의 도움이 뒤따른다면 우리의 꿈인 정착사업의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 "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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