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익 역사교과서 참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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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년 넘게 일본 국내외에 엄청난 파문을 몰고온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의 우익 역사교과서가 일본 시민단체.학부모.양심 교수 등의 힘에 밀려 고사(枯死)할 전망이다.

일본 우익세력과 문부과학성의 도움으로 탄생은 했지만 자립하지 못하는 꼴이 됐다.

시민단체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21' 에 따르면 일본의 초.중학교 교과서 채택 마감일(15일)을 하루 앞둔 14일 현재 전국 5백42개 공립중학교 채택지구 가운데 95%가 채택을 끝낸 결과 '새역모' 의 우익 역사교과서를 선정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사립학교 8곳과 도쿄(東京)도.에히메(愛媛)현 양호학교 등 일부 특수학교만이 '새역모' 교과서를 택했을 뿐이다.

네트워크21측은 나머지 공립중 채택지구에서도 '새역모' 교과서는 외면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전국 1만2천여 중학교 가운데 '새역모' 교과서를 쓰는 곳은 10여곳에 불과하게 된다.

우익 정치인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도쿄도지사가 적극 지원한 도쿄도에서도 '새역모' 는 거부당했다.

당초 채택률 10%를 목표로 각종 정치 로비.홍보 공세를 펼쳤던 '새역모' 로서는 참패한 셈이다.

이는 많은 시민단체.학부모.학자들이 역사를 왜곡하고 우익사상을 강조하는 '새역모' 교과서에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또 '새역모' 교과서는 중학생용으로는 양이 많고 어렵다는 점 등도 부적합한 이유로 지적됐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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