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무료서당 연 서울대 민병수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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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다음달 1일 정년 퇴임하는 서울대 국문학과 민병수(閔丙秀.64)교수가 자비로 무료서당을 열어 '훈장 선생님' 으로 나섰다.

한시(漢詩)를 전공한 閔교수는 생활 속의 고사성어와 고전의 명언, 그리고 한시에 나오는 선인들의 지혜를 보다 많은 사람과 나누기 위해 올 초 사당역 근처에 자신의 호를 딴 '청파(靑坡)서실' 을 개원했다. 그는 지난 3월부터 대학생 1개반과 성인 4개반의 수강생 1백32명에게 무료로 강의해 왔다.

1970년대 말부터 한시강독회.한시학회 등을 꾸려 활발한 학문적 활동을 해온 閔교수는 한국 한문학 1세대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96년에는 회갑의 나이에도 『한국 한시사』 등 연구서적 네 권을 잇따라 펴내 화제가 됐다.

1백여만원의 월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은 되지만 지방에서 올라오는 유학생이나 70세의 노제자 등을 생각해 당분간 무료 강의를 할 생각이다. 2학기 수업에는 매월당 김시습과 황진이의 한시 등을 추가해 '한시강독' 부분을 강화할 계획이다.

閔교수는 "정년 퇴임한 뒤에도 서당을 운영하면서 그동안 미뤄왔던 한문학 자료수집과 한시의 영어번역을 계속하고 싶다" 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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