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에 묻어달라" 희망…이스라엘 반대로 못이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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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영결식은 '제2의 조국' 이집트에서 열린다. 태어나고 대학 교육을 받은 곳이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창설한 곳도 카이로다. 장례식은 카이로 공항에서 12일 거행될 예정이다.

이집트와 팔레스타인이 장례식 장소를 카이로로 결정한 데는 곡절이 있었다. 당초 이집트는 시신이 인접국 이스라엘을 통과하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장례식에 엄청난 인파가 몰리면서 폭력사태로 번질 것을 우려해서였다. 그러나 앞으로 중동권의 '성지'가 될 아라파트 수반의 장지가 라말라로 결정되면서 이집트는 중동 내 '형님국가'로서 체면을 차리기로 결정했다.

특히 이스라엘과 공식 외교관계를 가진 것은 요르단과 이집트뿐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운구 문제 등에서 이스라엘 당국과의 협력이 쉽기 때문이다. 라말라에서 장례식이 거행될 경우 각국의 조문사절이 이스라엘의 검문을 통과하는 문제를 포함해 난점이 너무 많다. 논란 많던 장지문제도 해결됐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의정장관은 "청사 내에 특별 묘역을 마련해 아라파트 수반을 안장하겠다"고 10일 발표했다. 팔레스타인 측은 '아쉽지만 현 상황에선 최선책'이라는 입장이다.

아라파트는 팔레스타인의 잠정수도인 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성역에 묻히고 싶다는 뜻을 측근들에게 밝혔으나 이스라엘은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에 묻힐 수 없듯이 아라파트도 예루살렘에 묻힐 수 없다." 동예루살렘 인근 아부 디스를 차선책으로 제시했으나 이스라엘은 이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아라파트가 가자지구 가족묘역에 묻힐 경우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밝혔었다. 자치정부는 집요한 협상 끝에 요르단강 서안의 라말라 청사라는 '제3의 선택'을 관철시켰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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