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흑수선' 일본서 촬영비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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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국 영화 '흑수선' 이 일본 지방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일본에서 현지 촬영을 한다.

'흑수선' 을 제작 중인 영화사 태원엔터테인먼트(대표 鄭泰元)는 9일 "일본 남부 규슈(九州)지방의 미야자키(宮崎)현 정부가 '흑수선' 의 일본 촬영비용을 1백% 부담키로 했다" 며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영화 제작팀이 일본을 방문한다" 고 밝혔다.

최근 한국 영화가 활기를 띠면서 부산.전주.대전 등 지방도시에서 영화 촬영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외국 도시가 한국 영화 제작에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최근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로 양국의 문화교류가 주춤하고 있는 사이에 내려진 결정이라 주목된다.

일본의 대표적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미야자키현은 '흑수선' 에 현금으로 환산해 5억원 가량을 지원한다. '흑수선' 총 제작비의 10%에 이르는 금액이다. 구체적으로 ▶배우.스태프들의 숙박비▶차량.통역 지원비▶엑스트라 인건비▶촬영장비 제공▶선발대 사전조사비 등이다.

鄭대표는 "사실상 한국 관계자들은 몸만 가는 셈" 이라며 "그만큼 한국 영화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결과" 라고 말했다.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의 일본 개봉 성과에 영향을 받아 미야자키현이 '흑수선' 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것이다.

鄭대표는 "미야자키현은 영화 속에 소개되는 수려한 풍경으로 한국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홍보효과를 노리고 있다" 고 덧붙였다.

'깊고 푸른 밤' '고래사냥' 등 1980년대 한국 영화를 이끌었던 배창호(裵昶浩)감독이 연출하는 '흑수선' 은 한강변 살인사건을 소재로 6.25전쟁부터 최근까지 한국 현대사의 이면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액션극. 일본 내 촬영은 살인 용의자 한 사람을 찾는 장면이다. 안성기.이정재.이미연.정준호 등이 출연하며 11월 중순께 개봉할 예정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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