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L당 1801원 … 18개월 만에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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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내 휘발유 값이 1년6개월여 만에 L당 1800원대로 올라섰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 서비스 시스템인 오피넷(www.opinet.co.kr)에 따르면 서울지역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은 15일 L당 1801.04원을 기록했다. 2008년 10월 8일 이후 1년6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8년 7월 13일의 L당 2027.79원에 불과 200여원 차이로 육박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위축되면서 2008년 말 휘발유 값은 L당 1300원대까지 떨어졌으나 그 이후 꾸준히 올랐다. 올 들어선 1월 1일(L당 1711.84원)이 바닥이었고, 그 뒤 계속 올라 1800원 선을 넘어선 것이다.

◆왜 이렇게 오르나=올 들어 국제 원유가격이 오름세다. 두바이유는 1월 4일 배럴당 78.27달러에서 15일 84.41달러로 상승했다. 여기에다 국내 휘발유 값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제 휘발유 값이 많이 올랐다. 정유사는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 값을 국제 휘발유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책정한다. 싱가포르 시장의 국제 휘발유 값은 지난해 말 배럴당 83.68달러에서 15일 92.78달러로 상승했다.

세금도 휘발유 값 상승의 원인이다. 2008년 유가 급등 사태를 맞은 정부는 그해 3월부터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10%(휘발유 L당 약 82원) 인하했다. 지난해 이후 유류세가 종전으로 환원되면서 유가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원유에 붙는 관세도 2008년 1%로 낮췄으나 지난해 3%로 환원했다.

◆앞으로는=국제 원유가격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 지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상승세를 다소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최근 세계 경기회복이 빨라지는 것이 국제 원유가 상승의 한 원인이지만, 이에 편승한 투기자금 유입이 더 큰 이유”라며 “전 세계 원유 수급을 감안할 때 2008년처럼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상황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원유가격이 현 수준보다 떨어질 가능성도 별로 없다는 게 관련업계의 관측이다. 세계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반면 지난해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세계 정유업체들이 정유시설 일부를 폐쇄한 영향으로 공급이 다소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내 휘발유 값도 좀 더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상렬·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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