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후원 '사랑의 집짓기' 참가 두 고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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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선규야, 벽지 조금만 더 올려. " "알았어, 빨리 붙이기나 해. "

8일 오후 전북 군산시 산북동 '사랑의 집짓기' 현장. 광주 조대부고 3년생인 강수훈(姜垂勳.17).김선규(金善奎.18)군이 호흡을 척척 맞추며 벽지를 붙여나가고 있었다.

대학입시를 눈앞에 두고 단 1초가 아까운 처지지만 지난 6일부터 사흘째 이곳에서 먹고 자며 벽면에 석고보드를 둘러치고 지붕에 올라가 못질을 하는 등 시험준비만큼이나 봉사활동에 열심이다.

"비록 시험공부는 조금 손해보지만 이웃을 돕는 일이라 땀방울 속에 보내는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아요. "

姜군은 "선규와는 같은 초.중.고교를 다닌 단짝 친구라 눈빛만 봐도 마음을 읽을 수 있어 일하기가 편하다" 며 연신 비오듯 흐르는 땀을 훔쳐냈다.

학교에서 허락한 이들의 여름방학은 사실상 사흘이 전부로 나머지 기간은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해야 한다.

우등생인 이들이 '금싸라기' 같은 방학을 이곳에서 보내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 4월. 평소 소록도.음성 꽃동네 등을 찾아 다닐 만큼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사랑의 집짓기'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음이 통했다.

특히 金군은 오는 12일 육군사관학교 1차 필기시험을 앞두고 있는 처지여서 주위로부터 "정말 대견하다" 는 칭찬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처럼 남을 위해 사는 삶을 살겠다" 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민통선 내 통일촌 사랑의 집짓기 현장에서도 경기과학고 2학년 여섯명이 석고보드를 잘라 천장에 못질하며 땀을 흘렸다. 유일한 여학생인 허예진(許叡眞.17)양은 "이국만리에서 온 외국인 봉사자들의 일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진짜 공부' 를 하는 것 같아 가슴이 뿌듯하다" 고 말했다.

지난 5일부터 고신(高信.수학.36)교사와 함께 봉사에 나선 이들은 폭염 속에 하루 8시간의 고된 일을 하면서도 "앞으로 따뜻한 마음을 가진 과학자가 돼 국내뿐 아니라 다른 나라를 위해서도 봉사를 계속하자" 며 파이팅을 외쳤다.

군산.파주=장대석.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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