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차가 봉이냐" 불법 주·정차 견인 중소형에 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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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불법 주.정차로 단속된 차량 견인이 중.소형차에만 집중돼 비난이 일고 있다. 견인업체들이 파손시 부담해야할 변상금 부담 때문에 대형.고급차의 견인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 전주시 S차량보관소에는 하루 15대 안팎의 차량이 견인돼 끌려 오고 있다. 이들 가운데 10여대는 1천5백㏄급 이하 소형 차량들이다.

하루 20~30대를 견인하는 O차량보관소도 사정이 비슷하다. 들어 오는 차량 중 60~70%는 소형이고, 나머지 30%정도를 중형차량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 보관소에서 2천5백㏄급 이상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외제차량의 경우 단 한대도 눈에 띄지 않았다.

견인업체들이 고급차량 견인을 기피하는 이유는 '잘못하면 오히려 큰 코 다칠수 있다' 는 생각 때문. 대형.외제차량들은 부품값이 비싸 차를 끌고 오다 어느 한곳이라도 파손되면 견인수입료(2만~3만원)보다 훨씬 많은 돈을 물어야만 한다.

그랜저의 경우 주행시 높낮이를 조절하는 쇼바가 전자식으로 만들어져 무리하게 끌면 망가지기 쉬운데 이를 고치려면 1백여만원의 수리비가 든다. 또 고급차일수록 보안장치가 잘 돼 밖에서 차량문을 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레카차 기사는 "티코.프라이드같은 경차는 2~3초면 문을 열 수 있지만 에쿠우스나 외제차는 비밀 전자키가 장착돼 있어 견인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단속 차량 견인마저 차량 크기에 따라 차별대우를 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모(40.직장인.전주시 우아동)씨는 "소형차는 곧바로 견인하면서 고급차는 아예 제외시키는 행위가 돈만 있으면 불법 단속도 피해갈 수 있다는 '유전무죄' 의식을 심어주는 것 아니냐" 고 꼬집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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