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사, CDMA 로열티 재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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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미국의 퀄컴사가 휴대폰에 물리는 로열티를 한국과 중국에 서로 다르게 적용, 1993년 이후 국내 업체가 누려왔던 최혜택 기업(MSC)대우가 흔들리고 있다.

부호분할다중접속(CDMA)휴대폰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퀄컴은 지난달 중국 중싱(中興)통신과 수출품에 대해서는 매출액 기준 7%, 내수품은 2.75%를 받기로 로열티 계약을 했다. 삼성전자 등 국내 4개 업체가 지난 93년 퀄컴과 최초 계약한 로열티(수출 5.25%, 내수 5.75%)와 비교할 때 수출 로열티는 높고 내수는 낮은 것이다.

이와 관련, 퀄컴은 최근 삼성전자 등에 공문을 보내 국내 업체들이 중싱통신과 같은 조건의 로열티를 원한다면 재조정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성우 한국퀄컴 지사장은 "본사에서 한국 이동통신 업체들에 개별적으로 공문을 보내고 있다" 고 확인했다.

그러나 국내 업체가 중국 기업과 같은 로열티를 낸다고 반드시 유리하지는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내수가 많을 때는 중국식이 유리하지만, 수출이 많은 기업은 기존의 한국식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퀄컴은 세계 처음으로 CDMA 상용화에 성공한 한국 기업에 로열티 등을 가장 유리하게 적용하기로 약속했지만 중국 휴대폰 시장이 부상하는 바람에 우리 기업이 최고대우를 받을수 있을지 불투명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저마다 전담팀을 만들어 정보수집과 이해득실을 따지기에 나섰지만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삼성.LG전자 등 협상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개별 협상에 나서겠다는 반면 세원텔레콤.팬택 등 중소업체들은 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공동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정통부도 7일 삼성.LG전자 등 대기업들과, 8일에는 팬택.세원텔레콤 등 중소업체들과 잇따라 간담회를 열고 대책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그러나 "간담회는 퀄컴 기술료 문제에 대해 진의를 파악하자는 것이며, 정통부가 개별 기업들의 로열티 협상에 관여하지는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하지윤.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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