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선 천안함 규명, 후 6자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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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세미나에 참석한 후 기자들로부터 6자회담 재개 노력에 대한 질문을 받고 침몰한 천안함의 인양과 원인 규명이 우선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는 천안함을 인양하고 함정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한국 측에 전했다”며 “그 이후 향후 방향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캠벨 차관보는 이어 “최근 전개된 상황을 바탕으로 다음 조치를 취한다는 데 한·미 양국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13일 워싱턴을 방문한 정부 고위 당국자도 “6자회담 재개 전망을 단기간에 점치기 어려우며, 이와 관련해 지금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며 “중국 쪽 분위기를 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다 해도 이것이 회담 재개로 직접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 미국과 여러 가능성을 토의했다”며 “(만약) 북한이 했다는데 6자회담이 진행되면 언론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당국자는 이어 “김정일 위원장이 방중하더라도 6자회담에 앞선 미·북 추가 접촉이라는 북한 측의 요구가 이뤄지지 않으면 6자회담에 큰 기대를 갖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언급은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북한의 연루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양국이 침몰 원인 규명을 6자회담 재개의 중대 요소로 고려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만약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으로 최종 결론 날 경우 한·미 간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6자회담 재개는 상당 기간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캠벨 차관보는 지난주 방한해 천안함 사건과 6자회담 재개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또 한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핵안보 정상회의(12, 13일)에 맞춰 워싱턴을 방문해 캠벨 차관보를 비롯한 미 당국자들과 천안함 사건 등에 대해 협의했다.

천안함 사건이 나기 이전 정부 고위 당국자는 6자회담이 늦어도 4월 중에는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지난달 말에는 북한이 북·미 추가 접촉을 조건으로 6자회담 예비회담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중국에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전망을 더욱 확산시켰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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