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파트 생사 신의 뜻에 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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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0일 파리 근교의 페르시 군병원을 방문한 타이시르 알타미미 팔레스타인 최고 이슬람법관은 "아라파트의 상태가 신의 뜻에 달렸다"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심각한 상태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알타미미는 "아라파트가 살아있는 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병원 입구에서 기자들과 한 짧은 회견에서 알타미미는 "체온이 있고 심장이 뛰고 뇌가 활동하는 한 아라파트는 살아있는 것"이라며 "절대로 생명을 유지하는 장치를 떼어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법관은 "이슬람에서 안락사는 절대 안 된다"며 "다른 모든 종교도 이슬람과 같은 관행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팔레스타인 내 최고 이슬람법관의 이 같은 발언으로 당초 오늘로 예정됐던 아라파트 수반 사망 공식발표는 당분간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알자지라 방송은 전했다.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고위 관리인 살라흐 라파트는 10일 오후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 청사는 파리 병원과 이슬람 법관의 공식 사망통보가 있을 때까지 아라파트의 사망 공식 발표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라말라의 자치정부는 10일 아라파트 수반의 장례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자치정부는 이날 오전 아라파트 사후 처리 문제와 관련된 회의를 끝낸 뒤 아라파트 수반이 사망할 경우 그의 시신을 요르단강 서안의 라말라 자치정부 청사에 안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도 안장 의식과 관련해 치안을 팔레스타인 측이 담당한다는 조건하에 라말라 안장을 승인했다. 이후 불도저.굴착장비 등 6대의 중장비가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 구내로 들어갔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또 자치정부는 아라파트의 장례식을 카이로에서 거행하자는 이집트의 제안을 공식수락했다. 이집트 대통령궁 대변인 마지드 압둘파타도 "카이로 장례식 절차 최종협의를 위해 자치정부 고위 인사들이 10일 도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팔레스타인 지도부는 이날 오후에 열린 고위 관계자 회의에서 "아라파트 수반의 유고시 루히 파투흐 자치의회 의장이 자치정부 수반직을 60일 동안 대행한다"고 결정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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