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카르노 관련 불리한 기록 회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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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 정부가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새 행정부와 관계 설정을 위해 그의 부친인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과 관련한 불리한 기록의 수거에 나섰다.

수카르노가 1967년 3월 물러나는 과정에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이 적극 개입했다는 기록이 최근 미국에서 책으로 출간됐는데 미국은 메가와티의 취임 이후 이 책의 수거를 지시한 것이다.

29일 워싱턴 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60년대 중반 인도네시아에서 수십만명의 공산주의자들이 살해되는 과정에 미국이 수행한 역할을 상세히 기술한 문서를 최근 회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가 발행하는 '미국의 외교' 시리즈의 일환으로 최근 정부인쇄국(GPO)이 발행, 공개한 8백30쪽 짜리 역사서적의 인도네시아 부분에는 35년 전 미국 관리들이 인도네시아공산당(PKI) 당원 명단을 수하르토가 이끄던 군부 세력에 제공, 이들의 신원이 노출돼 대량 학살되도록 했으며 암살된 공산당원의 수가 10만~1백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 책에 기록된 미 국무부 전문에는 미국이 인도네시아 군부의 지원 아래 공산당 타도를 노리던 암살단에 수십만달러의 자금을 제공하도록 권고하는 것을 포함한 미국측의 계획을 소상히 밝히고 있다. 국무부와 CIA는 이 책의 공개가 메가와티와 미국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할 수 있다고 보고 긴급 회수명령을 내렸다.

국무부는 서적의 공개책임과 관련, GPO가 사전 승인없이 공개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GPO는 지난 4월 국무부의 허가를 받았다고 맞서고 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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