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부진털고 기지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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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올 여름만큼 할리우드 대작들의 공습이 거센 시기도 드물다.

개봉하기 몇 달 전부터 관심을 모아왔던 '진주만' '툼 레이더' 를 비롯, '쥬라기 공원3' '미이라2' 등 흥행작의 속편들이 속속 극장가를 완전 점령할 것이라는 게 영화 관계자들의 예상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그 파상공세는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적지 않은 관객을 동원하며 화제를 모으긴 했으나 할리우드 영화들은 '신라의 달밤' 에 최대 흥행작 자리를 내준 채 서울 관객 1백만을 겨우 넘기는 선에서 만족해야 했기 때문이다.

'더 록' 의 제리 브룩하이머(제작자).마이클 베이(감독)군단이 다시 힘을 합쳐 1억4천5백만달러라는 단일 스튜디오 사상 최대 제작비를 쏟아부은 '진주만' 은 서울 1백10만명, 전국 2백40만명 정도의 관객을 기록했다.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툼 레이더' 의 성적은 이에도 못미친다. 컴퓨터 게임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비주얼만 그럴 듯하게 만들어진 반쪽짜리 영화에 불과했다. 관객 동원에서도 서울에서 50만명 선에 그쳤다.

이에 비해 '미이라2' 의 선전은 돋보인다. 전편의 흥행에 힘입어 제작된 속편 치고는 좋은 성적을 냈다. 서울 1백만명, 전국 2백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제 개봉을 앞두고 있는 할리우드 대작이라면 '혹성탈출' 과 'A.I' 를 꼽을 수 있다. '진주만' 이나 '툼 레이더' 못지 않게 개봉 전부터 관심이 높은 편이어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으리란 조심스런 관측이 나온다.

왜냐하면 스티븐 스필버그( 'A.I' ).팀 버튼( '혹성탈출' )이란 거장들이 내놓는 작품이라 영화의 짜임새에선 앞서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들보다 나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데다가 여름 성수기 중에서도 8월은 '의외' 의 대박 영화가 자주 나오는 시기라는 점 등도 작용하는 까닭이다.

'A.I' 는 1999년 타계한 스탠리 큐브릭이 추진했던 미완의 프로젝트를 스필버그가 완성했다는 사실만으로 전세계 영화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영화다.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감정을 지닌 최초의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인간에 의해 창조됐지만 인간에게 버림받은 소년 로봇의 꿈과 사랑을 모티브로 한 SF 팬터지다.

제작진은 진지한 주제 외에도 경이로운 특수효과가 빚어내는 엄청난 볼거리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 역은 '식스 센스' 의 할리 조엘 오스먼트가, 로봇과 여정을 함께 하는 남창 역은 '리플리' 의 주드 로가 맡았다. 개봉은 8월 10일.

팀 버튼의 '혹성탈출' 은 1968년 찰튼 헤스턴 주연으로 선보였던 '혹성탈출' 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1천여명의 엑스트라가 출연, 그 중 수백명이 유인원 연기를 할 이 작품에는 총 1억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배트맨' '그린치' 등에서 특수분장을 담당한 릭 베이커가 배우들에게 또 다른 생명력을 불어넣었고, 박중훈과 '찰리의 진실' 에서 함께 출연하는 마크 월버거가 주연을 맡았다. 8월3일 개봉.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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