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옥쇄의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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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제14보(146∼157)=중앙 백이 거저 잡히면 이 바둑은 더 이상 승부를 논할 가치가 없어진다. 흑은 기존 60집에 중앙 30집까지 무려 90집이 된다. 백은 좌상과 중앙 일대 60집에 하변 10집을 보태도 70에 불과하다. 천야오예 9단이 146, 148로 중앙 흑을 계속 압박하는 이유다. 살릴 수 있다면 좋고 살릴 수 없더라도 최소한 외곽을 두텁게 싸 바른 뒤 백을 놓고 따내게 한다면 불리하나마 계산을 맞출 수 있다. 중앙 백이 두터워지면 백은 A의 맛을 노릴 수 있고 B로 괴롭히는 수단도 생긴다. 슬슬 바둑이 어울리는 것이다. 하지만 구리 9단의 149가 다시 천야오예의 의표를 찌른다. 냉정침착의 극치라 할 149는 일단 흑 돌의 잠재력을 크게 강화시키고 있다. 동시에 149는 백의 선택을 엄중히 묻고 있다.

‘참고도1’ 백1로 이으면 흑2, 4로 잡아 백이 한 수 부족이다. 지는 길이다. ‘참고도2’ 백1로 버티면 ‘빅’으로 살지만 외곽이 너무 엷다. 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천야오예는 두 눈 감고 152로 이었다. 계산으로 지는 길 대신 옥쇄를 택한 것이다. 그러자 구리가 기다렸다는 듯 십자포화를 퍼붓기 시작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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