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 위안화 절상 논의 평행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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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과 중국 정상이 위안화 절상 문제에 대해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선 뭔가 진전된 합의가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으나, 양국 실무진은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이 바람에 13일 한국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9.8원 내린 달러당 1123.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원화가치도 오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1시간30분 동안 만났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제프리 베이더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전 세계 경제회복을 위해 중국이 보다 시장지향적인 환율정책을 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의 무역장벽 문제도 거론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중국 언론은 후 주석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위안화를 절상하라는) 외부 압력에는 굴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후 주석은 “(미국이 요구하는) 위안화 절상은 양국의 무역 불균형 문제와 미국의 취업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 무역흑자를 추구할 의도가 없으며 더 많은 미국 제품을 수입하기 위한 조치를 할 생각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미국 기업이 중국에) 첨단기술 제품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를 풀어 더 많은 미국 첨단제품을 중국에 수출하길 바란다”며 미국의 수출 규제를 꼬집었다.

양국 정상이 기존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지만, 금융시장은 위안화 절상을 대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물밑 협상은 진전되고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블룸버그통신 설문에 따르면 전문가 19명 중 12명은 4~6월 중 절상을 예측했다. 후 주석도 이날 “위안화 환율제도 개혁의 방향은 확고하다”며 “양국이 경제·무역 협력의 큰 틀을 유지하는 것이 양국 모두에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더글러스 팔 연구위원은 “5월의 미·중 전략경제대화, 6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양국관계 복원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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