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김진아, 3년 만에 연기활동 재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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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중년의 사랑은 20대보다 어렵다고 봐요. 터질 것 같은 강렬함을 품고 있지만, 절제해야 하는 그런 사랑 말이에요. "

1950.60년대 한국 영화계의 톱스타 김진규씨의 딸로 잘 알려진 영화배우 김진아(38.사진)씨가 3년 만에 연기 활동을 재개한다.

KBS가 방송의 날 특집으로 9월 초 방영할 4부작 특집 드라마 '사랑' (극본 정지우.연출 이덕건)이 복귀 무대다. 그는 98년 6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연기 생활을 접고 주로 미국에서 생활해 왔다.

'사랑' 은 어렸을 때 절에 버려진 한 남자가 소년.청년.중년기를 거치면서 만나게 되는 세 여자와의 인연을 통해 사랑의 고귀함과 인생의 의미를 깨달아간다는 내용이다. 김진아는 주인공 김규철이 중년에 만나 연민과 사랑을 느끼는 동두천 기지촌의 양공주 마릴린 역을 맡았다. 아버지가 다른 혼혈아 셋을 키우며 사는, 악밖에 남은 것이 없는 그런 여자다.

"제가 나오는 장면의 90%가 술에 취한 모습이에요. 밤샘 촬영을 하느라 눈 밑이 꺼졌는데도 화장으로 지우지 않고 일부러 그냥 연기했어요. "

그는 마지막에 미군에게 성폭행 당하는 딸을 구하려다 칼에 찔려 숨진다. 김진아는 현대사의 질곡을 짊어진 듯한 마릴린 역에 몰입하면서 속으로 많이 울었다고 한다.

지난 23일 만난 김진아는 자신감에 넘쳐 보였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오랜만이어서 처음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고향에 돌아온 듯한 포근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개성 있는 얼굴이라서 그런지 항상 강한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다" 는 김진아는 데뷔초 감독들로부터 "정말 희한하게 생겼다" 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툭 튀어나온 광대뼈, 까만 피부, 이국적인 이목구비 때문이다. 김진아는 "요즘처럼 개성있는 얼굴이 각광받는 시절이었으면, 더 떴을텐데…" 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김진아는 지난해 미국인과 결혼해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다. 남북합작영화 '아리랑' 의 제작을 추진하고 있는 영화기획사 NS21의 회장인 어머니 김보애씨를 돕기도 한다. 또한 그는 '한국 사랑의 집 짓기 운동' 해비타트의 홍보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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