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 순매도 늘려 불안한 증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이젠 기댈 언덕이 없어졌다. "

23일 증시에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한층 높아졌다.

대내외 악재가 겹쳐 있는 데다 그동안 증시를 떠받쳐온 외국인들이 종목 구분없이 많이 내다 팔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이 주가 상승을 이끌어 온 현대자동차.포항제철 등을 내다 팔면서 실적이 좋은 우량주들이 크게 떨어졌다.

현대차는 지난 주말 보다 1천9백원(8.18%)떨어진 2만1천3백원으로 주저앉았고 하나은행(5.76%).대한재보험(6.38%).현대백화점(7.73%)등도 하락폭이 컸다.

현대차의 경우 이날 UBS워버그.골드먼삭스.자딘 플레밍.클라인워트벤슨 등 외국계 증권사 창구에서 20만주 이상씩의 매물이 흘러나왔다.

골드먼삭스 관계자는 "미국계 기관들이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인다는 방침 아래 집중적으로 매도 주문을 내고 있다" 며 "당분간 추가 매도물량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포철도 이날 10% 중간배당을 결의했지만 외국인 매물 공세 탓에 장중 한때 3개월 만에 9만원선 밑으로 밀렸다.

지난 4월 이후 외국인들이 대거 사들이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던 주요 내수업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표 주자인 대한재보험.현대백화점의 주가가 20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내려앉았다.

굿모닝증권의 손종원 연구위원은 "이들 종목의 기초 체력(펀더멘털)이 바뀐 게 아니라 외국인이 한국물을 전반적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매물을 많이 내놓는 것으로 보인다" 고 분석했다.

SK증권 현정환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현대차.포철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외국인들이 이들 실적 호전주까지 포기하고 시장에 내다 팔기 시작하면 장 전체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굿모닝증권 홍춘욱 수석연구원도 "외국인들은 현대차 등의 추가 상승 여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발을 빼는 것 같다" 며 "당분간 외국인들이 새로운 주도주를 탐색하는 기간이 이어질 것" 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주가가 최근 단기간에 급락한 만큼 조심스럽게 매수에 나설 시점이라는 의견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있다. LG투자증권 김정환 연구원은 "미국의 기업 실적이 4분기부터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아직 유효한 데다, 정보 기술(IT)관련 주를 중심으로 낙폭이 컸던만큼 지금이 매수에 나설 때라고 본다" 고 말했다.

김현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