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에 연동' 대출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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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朴모(52.개인택시업)씨는 최근 아파트를 담보로 8천만원을 빌리기 위해 은행에 갔다가 고민에 빠졌다. 은행측이 알아서 금리를 정해줄 것으로 생각했으나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창구 직원은 ▶우대금리(프라임 레이트)연동 대출 ▶시장금리 연동대출 ▶고정금리 대출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

朴씨는 요즘같은 저금리 시대엔 시장금리 연동대출이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만기(10년)동안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 대체 알 길이 없었다. 고심끝에 그는 고정금리 보다 0.75% 포인트 정도 낮은 시장금리 연동대출을 선택했다.

하지만 아직도 불안하다. 외환위기 직전 변동금리로 돈을 빌렸다가 연 20%대의 고금리를 부담했던 악몽이 떠오르곤 하기 때문이다. 최근 고객들은 금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됐지만 그만큼 위험도 커졌다.

배태규 신한은행 신용관리부 차장은 "시장금리 연동대출을 고를때는 최소한 향후 1년 정도의 금리를 예상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며 "특히 장기대출일 경우엔 고정금리가 유리할 수도 있다" 고 말했다.

◇ 급증하는 시장금리 연동대출〓1998년3월말 까지만 해도 은행대출(잔액 기준)가운데 우대금리와 연동한 대출의 비중은 76.3%나 됐다. 반면 시장금리 연동대출 비중은 9.6%에 불과했다. 그러나 시장금리가 계속 떨어지면서 시장금리 연동대출 비중이 급증, 지난 6월말 현재 34.1%를 기록했다. 대신 프라임레이트 연동대출은 52.5%로 급감했다.

특히 올 6월중 신규 대출액만 놓고 보면 시장금리 연동대출 비중은 54.7%로 프라임레이트 연동대출(36.1%)을 웃돌았다.

이런 가운데 전철환 한은총재는 20일 은행장 간담회에서 시장금리 연동대출 비중을 더 늘려달라고 주문했다.

◇ 다양해진 은행권 금리체계〓신한은행은 16일부터 ▶프라임레이트 고정 또는 연동 ▶시장금리 수시 연동 ▶3개월 평균 시장금리 연동 ▶은행 자체 기본금리 고정 또는 연동 등 금리 체계를 모두 6가지로 다양화했다.

외환은행도 앞으로 우대금리 대신 국채 금리에 연동되는 본지점간 금리를 대출금리 기준으로 삼을 계획이다.

시장금리 연동대출 비중이 커지면서 시장금리가 내려가자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내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택은행이 주택대출 금리를 최고 0.6%포인트 내린데 이어 한빛.하나은행 등도 일부 상품의 대출 금리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 잘 살펴야 하는 대출조건〓전문가들은 만기 1년 미만의 단기대출을 받을 경우엔 시장금리 연동대출이 유리하지만 만기가 그 이상일 경우에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만약 만기 안에 금리가 오르면 시장금리 연동대출이 프라임레이트 연동이나 고정금리 대출 보다 높은 이자를 물 수 있기 때문이다.

◇ 프라임레이트란〓우량고객에게 적용되는 우대금리로 은행들은 이를 기준으로 신용도에 따른 가산금리를 얹어 대출금리를 정한다. 현재 은행권의 프라임레이트는 9.5~9.75% 수준.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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