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산 넘어(?) 조붓한 오솔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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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산 ( )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온다네/ 들 ( ) 뽀얀 논밭에도 온다네….

박인희 노래 ‘봄이 오는 길’ 가운데 일부다. ( ) 안에 들어갈 말은 각각 ‘넘어’일까 ‘너머’일까. 늘 헷갈리는 단어다.

‘너머’는 가로막은 사물의 저쪽 또는 그 공간을 뜻한다. ‘고개 너머 작은 마을’ ‘언덕 너머 저편’ 등처럼 쓰인다. 위치를 나타내므로 ‘~에’ 또는 ‘~에 있는’을 붙여도 말이 잘 통한다.

노래의 괄호 부분도 각각 위치를 나타내므로 ‘산 너머 조붓한 오솔길’ ‘들 너머 뽀얀 논밭’으로 해야 한다. ‘산 너머에 있는 조붓한 오솔길’ ‘들 너머에 있는 뽀얀 논밭’이란 뜻이다.

‘넘어’는 동사 ‘넘다’에서 온 부사어다. 지나거나 건너는 등의 동작을 나타낸다. “산을 넘고 넘어 그대를 찾아왔다” “두 사람은 위기를 넘어 마침내 결혼에 성공했다” 등과 같이 사용된다. ‘너머’는 위치, ‘넘어’는 동작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그래도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산 넘어(너머) 산이다”고 할 때다. 하나의 단계를 넘으니 또 다른 역경이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동작)이므로 “산 넘어 산이다”고 해야 한다. 제목 등에서 이런 뜻으로 줄여 말할 때는 ‘산 넘어 산’이라고 간단하게 표현하면 된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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