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앞선 통신기술, 중동·동남아·인도서 기다리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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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아프리카 통신시장의 70% 이상을 이미 중국이 차지했습니다. 우리나라 통신업계도 신흥시장 공략에 더욱 힘써야 합니다.”

SK텔레콤 이용희(43·사진) 매니저는 지난달까지 인도에 있었다. 인도 2위 통신사업자인 릴라이언스커뮤니케이션사에 3세대 WCDMA 이동통신 네트워크 운용방안을 컨설팅했다.

1995년 이후 이 회사 직장생활의 15년 중 10년을 해외에서 보낸 그다. 첫 부임지 몽골로 떠난 2001년 이후 국내에 머무른 시간은 매년 6개월이 안 된다. 처음 몽골에 갈 때는 1년만 있길 희망했다. 하지만 CDMA망 구축을 위해 기지국을 설치하고 운용하는 일을 맡게 되면서 5년을 그곳에서 보냈다. 2006년 2월부터 1년간은 베트남으로 가서 CDMA 기지국 증설과 기술 지원을 했다. 2008년엔 요르단에서, 2009년엔 인도에서 일했다.

“몽골은 아주 춥고, 요르단은 너무 더웠죠. 몽골에선 섭씨 영하 30도 날씨에 기지국 케이블을 매설하느라 불을 피워 땅을 녹여가며 공사했어요. 요르단 라마단(이슬람 금식 기간) 한 달 동안은 현지인들처럼 아침 해뜰 때부터 저녁 해질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죠.”

그는 최근 자신의 경험을 담은 1500여 쪽의 백서를 만들었다. 해외 진출의 노하우와 관련 기술을 꼼꼼히 기록했다. 이 백서는 SK텔레콤의 해외 성공담이기도 하다. 국내 최대 이통 회사인 SK텔레콤은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에서 한계를 느끼고 수년 전부터 미국·중국 등지에 진출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06년 시작한 미국 내 통신서비스 ‘힐리오’는 다음 달 25일 서비스를 중단한다. 중국 국영통신회사인 차이나유니콤에 2006년 지분투자한 돈을 지난해 말 회수해 관련 사업에서 철수했다. 역시 국가 기간산업인 통신을 해외 사업자에 개방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중동이나 동남아 등 통신이 낙후된 개발도상국에선 한국의 앞선 통신기술을 기다린다는 것이 이 매니저의 지적이다.

그는 요즘 인도 사업에 푹 빠져 있다. 인도 정부는 다음 달 3세대 이동통신 사업자를 선정한다. 그가 컨설팅해 준 현지 릴라이언스사가 주파수 할당을 받아 3세대 이통 사업을 하게 되면 한국의 IT 기술이 진출하는 경로가 될 수 있다. 그는 “릴라이언스의 통신망 효율을 크게 높일수 있는 방법을 조언해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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