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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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숙 평촌청솔학원 책임컨설턴트

고등학교 1학년 때 고교 생활 3년의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입시제도가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3년의 시간을 보내느냐는 것이다.

현재 고1·2인 학생들은 수능이 너무 멀다고 생각해 느긋하고, 고3(또는 재수생)인 학생들은 입시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조바심을 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자신을 철저하고 정확히 분석한다면(겸손한 마음으로 지피지기하면) 분석 결과에 대한 대처방안도 어렵지 않게 나올 것이다. 이렇게 공부하면 현재 고3, 또는 재수생들도 3년간의 학습을 쏟아 부어낼 6개월을 만들 수 있다.

#1. ‘나’를 객관적으로 보고 장점 극대화

인문계인 A양은 공부에 대한 순발력이 없고 응용력이 부족해 학교성적이 좋지는 않지만 모범적인 학생이다. 또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지구력이 있고 성실하다는 장점이 있다.

A양은 자신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어 객관적으로 자신을 분석할 수 있었다. A양은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해 꾸준히 공부했다. 그러다 보니 1·2학년 때 기복이 심하던 모의고사 성적이 3학년 때엔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모의고사를 볼 때 마다 성적은 계속 상승곡선을 그렸고 결국 수능성적도 모의고사 때 보다 나은 성적을 받게 됐다. A양은 현재 자신이 원하던 대학에 진학해 만족스러운 대학생활을 즐기고 있다.

#2. 공부에 대해 끊임없이 겸손해야

자연계인 B양은 비평준화 지역에서 제일 수준 높은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이었다. 그 학교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한 B양은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학교에서의 성적을 유지하면 모의고사 성적도 잘 나올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고2 때까지는 모의고사 성적도 상위권을 유지했다. 그러다 보니 이 정도 수준으로 공부하면 지속적으로 모의고사 성적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 공부의 강도를 높이지 않았다.

그러나 고3이 되자 처음 본 모의고사에서만 2학년때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고 점차 성적의 기복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불안정한 상태가 됐다. 내신 성적도 하향곡선을 그렸다. 고2 때까지 주요 교과 1.8등급을 유지하던 내신 성적은 고3 때 3등급으로 내려가게 됐다. B양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다른 학생들은 공부에 대한 강도를 높인다는 것을 간과했으며 막연히 자신의 성적이 어느 정도 유지 될 것이라 생각했었다. 또 공부에 대해 필요 이상의 자신감으로 겸손한 마음을 갖고 공부하는 것을 게을리했던 것이다. B양은 결국 원하던 대학에는 진학하지 못했고, 한 단계 낮은 대학에 간신히 추가합격했다.

이 두 학생이 겪은 고교 생활은 많은 학생들이 경험하는 보편적인 과정이다. 겸손은 밖으로 드러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에 걸맞은 행동을 내 몸에 체화(滯貨)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입시 성패를 좌우하는 기본임을 늘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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