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달러' 힘 빠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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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부시 미 대통령이 18일 G8(선진 7개국+러시아)정상회담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환율은 시장에 맡겨야 하며, 강한 달러는 장단점이 있다" 고 말했다. 달러 강세는 미국의 수출을 어렵게 하는 반면 투자유치에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AP통신은 외환딜러들이 이 발언을 '강한 달러' 정책에 변화가 올 것으로 해석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발언이 나온 직후 달러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는 87.24센트로 전날보다 유로당 1.3센트 떨어졌다. 19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달러가치는 달러당 1백23.62엔으로 전날보다 1.65엔이나 하락했다.

부시 대통령이 환율정책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외환 전문가들은 "시장은 미국이 오랫동안 강한 달러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따라서 약간의 정책변화 가능성만 보여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고 분석했다.

부시 발언이 정책변화의 조짐으로 읽히는 것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지난 9일 G10 중앙은행 총재들은 "강한 달러가 세계 경제 회복에 도움 안된다" 며 한 목소리를 냈다. 수출부진으로 미국 경기 회복세를 더디게 하고 있으며, 유럽에는 인플레 우려를 높여 금리인하를 막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도 18일 미국 경제에 대해 상당히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경기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해질 위험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에 따라 추가적인 정책 대응이 요구된다" 고 말한 것이다. FRB는 이날 당초 2~2.75%로 잡았던 올해 미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2%로 낮췄다.

17일 발표된 미국의 6월 산업생산도 전달보다 0.7%가 감소해 9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강한 달러로 인해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기업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전미제조업협회와 전미농업연맹 등은 18일 공동으로 "고평가된 달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 라는 내용의 서한을 부시 대통령에게 보냈다.

홍수현.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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