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욱 대기자의 경제 패트롤] 베이비붐 세대, 깨야 할 통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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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2008~2009년 사회조사를 통해 본 베이비 붐 세대의 특징’엔 이런 굴곡이 배어 있다. 먹고살기도 힘들었던 시절, 배움에 대한 열망을 채우기란 어려웠다. 베이비 붐 세대 셋 중 둘(64.2%)은 ‘원하는 단계까지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아쉬워했고, 어려웠던 가정 형편(79.2%)을 가장 큰 이유로 떠올렸다. 이런 회한(悔恨)이 놀라운-적어도 내가 보기에는-결과를 초래했다. 자녀의 대학 교육비를 부모가 지원해줘야 한다는 응답이 무려 99.1%, 그중 68.5%는 부모가 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여섯 중 다섯(83.1%)이 자녀 교육비가 소득에 비해 부담이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말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90%가 자녀 결혼비용까지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결국 50 안팎(47~55세) 세대들의 절대 다수가 자신의 경제적 능력-노후를 포함한-에 대한 고려보다는, 자녀의 대학 교육비와 결혼비용을 대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는 얘기다. 이건 딴 나라 통계를 비교하고 말 것도 없이 뭔가 잘못된 것이다. 통계를 보면서 현재 90%에 육박하는 고등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혹여 자녀의 희망보다는 자신의 회한을 자녀를 통해 풀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잘못 돌아가는 결혼문화도 결국 부모의 현시욕과 결부돼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을 정도다. 아니면 10명 중 7명이 부모 생활비도 대드린다고 응답한 베이비 붐 세대처럼 자녀 세대도 자신을 돌봐줄 것으로 생각한다는 걸까. 열 중 여덟이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대답한 걸 보면 그건 아닌 듯싶어 다행이지만, 과연 그 노후 대비가 ‘스스로 생계를 꾸릴 것’-노후 대비의 절반 가까이는 많아야 월 100만원 남짓 받게 될 국민연금이다-을 상정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다시 생긴다. 노후 준비의 열쇠가 자녀 교육비·결혼비용 부담에 대한 통념을 깨는 것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더 굳히게 한 통계였다.

박태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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