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을 위한 책] 엽기 '나이트메어 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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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슬픔이 담긴 까만 눈동자를 지닌 열다섯살 소녀 대니얼. 남동생 피터를 사랑하면서도 그가 졸졸 따라다니는 것이 귀찮아 차라리 동생이 없어져 외동딸이 됐으면 좋겠다고 농담처럼 말하곤 한다. 그런데 대니얼네 집이 음침한 분위기의 오래된 저택- '망각의 집' -으로 이사오면서 이상한 일들이 연속해 벌어진다.

지하실 문틈으로 들려오는 야릇한 신음소리, "피터…우린 널 기다리고 있어…피터…. " 이 집에서 가족은 물론 자신으로부터도 '잊혀진' 아이들 유령이 부르는 소리였다.

어른이나 아이나 무더위를 식히는 데는 미스터리만한 게 있을까? 누구에게나 끔찍한 두려움의 기억이 숨어있는 '악몽의 방' 은 있는 법.

그 악몽의 방으로 인도하는 것은 작가의 역량일 게다. '나이트메어 룸' 시리즈 1탄 『잊혀진 아이들』은 낡은 저택, 지하실, 피로 쓴 글씨, 아이들의 유령 등 전형적인 공포소설의 요소를 가지고 10대 청소년 독자들을 등골 서늘한 엽기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피어 스트리트의 유령 이야기' (나경문화)시리즈로 국내에도 친숙한 미국의 미스터리 작가 R L 스타인의 최신작답게 탄탄한 구조와 속도감 있는 문체 등 완성도도 높다. 책에는 사람들이 끔찍하게 죽어가는 장면 같은 건 없다. 대신 치밀하게 계산된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사건들이 싸아한 공포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대니얼이 장난삼아 최면술을 건 동생이 보이는 엉뚱한 행동, 즉 컴퓨터 오락의 박사였던 피터가 자기가 가장 좋아하던 게임을 어떻게 시작해야할 지 몰라 멍청히 앉아 있는가 하면, 갑자기 왼손잡이가 돼 햄버거를 왼손에 들고 먹는 것들을 보면 대니얼과 함께 소름이 돋게 된다. 옛 문고판 같은 재질의 종이를 사용, 단가를 낮춘 출판사의 마케팅 전략도 적절해 보인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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