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행정특별시는 수도 이전의 꼼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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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수도 이전의 대안으로 '행정특별시'건설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와 청와대를 제외한 모든 행정부처를 수도 이전 예정지로 옮긴다는 내용이다. 헌법재판소가 '청와대와 국회가 있는 곳이 수도'라고 했으니 이 두 기관만 빼면 수도 이전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는 헌재의 결정을 자구대로 해석해 어깃장을 놓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행정특별시'란 이름으로 수도 이전을 하겠다는 셈인데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을 빼고라도 이 같은 정책이 초래할 부작용과 비효율성을 제대로 검토했는지 묻고 싶다. "청와대.국회만 옮기지 않으면 수도 이전이 아니다"는 식의 오기나 어깃장으로 정책이 집행됐을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행정부와 대통령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상관없는지, 국회와 행정부의 긴밀한 관련성은 필요없는 일인지부터 따져 봐야 할 것이다. 지금도 경제 관련 정부 청사가 과천에 떨어져 있어 장관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양쪽을 오가는 시간비용이 상당하다. 또 공무원들이 국회와의 업무 협조를 위해 오가느라 보내는 시간도 엄청나다. 이런 현실을 무시한 행정부처만의 이전은 행정효율의 저하와 비용의 증가를 초래할 것이다.

수도 이전의 변형인 '행정특별시' 건설이 수도권 집중 완화와 국토 균형발전에 얼마만큼 효과가 있을지도 극히 의문스럽다. 이미 대전으로 옮긴 청 단위의 행정부처 이전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이처럼 비용은 엄청나게 드는 반면 효과는 의문스러운 일을 단지 충청도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 추진해서는 곤란하다. 충청권을 위한 대책은 따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도권 집중 완화와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 이전만이 가능한 대안은 아니다. 수도 이전 부지에 이전해도 불편이 없을 부처를 중심으로 적당 규모의 행정도시와 병행해 기업도시.대학도시 등을 복합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다수의 국민이 반대 의견을 가진 수도 이전은 이제 접을 때다. 일단 추진하던 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모습은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