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황장엽 방미' 정면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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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여야는 9일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비서의 방미(訪美)문제로 정면 충돌했다.

한나라당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우리 사회에서 양심과 표현.이동의 자유를 봉쇄해선 안된다" (權哲賢 대변인)며 현 정권의 정체성(正體性)을 문제 삼았다.

반면 민주당은 "해묵은 색깔론으로 정부와 국민을 이간하는 구태" (鄭均桓 총재특보단장)라고 반격했다.

한나라당이 언론사 세무조사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 답방 정지용' (2일.洪思德 의원)이라고 규정하며 일었던 색깔논쟁이 이날 보혁(保革)논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총재단 회의에서 "황장엽씨 방미문제는 단순히 미국이 요구해서가 아니라 자유를 찾아온 노(老)망명객이 자유와 인권차원에서 가겠다는 것이므로 성사돼야 한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인권위가 필요하다면 국제사면위(앰네스티)나 인권단체에 호소해서라도 黃씨가 방미해 북한에 관한 진실을 말할 수 있게 하라" 고 지시했다. 한나라당은 18일 '탈북자 실상 토론회' 에 黃씨를 토론자로 초청키로 했다.

총재단 회의에선 별도성명을 채택해 "북한에 비판적인 인사의 입을 막고 비판적 언론의 손발을 묶어놓은 뒤 김정일의 답방을 성사시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라며 정부를 공격했다.

권철현 대변인은 "金대통령도 지난 3월 미 의회에서 黃씨 방미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며 "이 문제로 대한민국이 세계의 조롱거리로 전락해선 안된다" 고 말했다.

黃씨 방미에 소극 대응했던 민주당은 이날 黃씨의 신변안전( '미 국무부는 어떠한 구체적 조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과 초청 주체( '미 공화당 일부 의원과 민간단체'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신변안전이 가장 중요한 黃씨를 자신들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이용하겠다는 저의를 드러내고 있다" 고 역공했다.

박상규(朴尙奎)사무총장도 "한나라당은 국익을 생각지 않고 무조건 색깔을 덧씌워 (남북관계)사업 자체를 반대하거나 의미를 훼손하고 있다" 며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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