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하인리히 뵐 '언어는 자유…' 번역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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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언어는 자유의 마지막 보루일 수 있다. 어떤 대화와 남몰래 넓게 보급된 시가 혁명에서 반도들이 외쳐대는 빵보다 더 비싸다는 걸 우린 알고 있다. (중략)양심을 잃은 선동가의 말과 전문 전술가나 기회주의자에게 붙어 있는 말은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죽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

197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전후(戰後) 독일 최대 작가 하인리히 뵐이 어느 문학강연에서 한 말이다. 과거 독재와 지금 국민의 정부를 겪으면서 말과 그 말의 전위랄 수 있는 시 등 문학예술과 그 양심이 어떤 역할을 해냈고 하고 있는지 우리도 익히 알고 있다.

뵐이 문학의 진실, 그리고 시대와 양심에 대해 강연하고 쓴 에세이를 모은 『언어는 자유의 마지막 보루다』(미래의창.9천원)가 최근 번역 출간됐다.

뵐은 자신의 문학론이나 창작 태도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지는 못했지만 이번의 책을 통해 '주위환경 리얼리즘' 혹은 '인간주의 문학' 을 견지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뵐은 문학적 영감(靈感.뮤즈)은 천재에게 신이 내려준 고상한 그 무엇이 아니라 우리 일상 생활에서 온다고 했다.

그래 일상적 삶과 사회를 중시하지만 그 문학은 궁극적으로 인간성과 양심을 향하고 있어 현실참여나 현실 개조를 향한 앙가주망이나 사회주의 리얼리즘하고는 다르다.

그것들이 다루는 사회나 이념은 한 자료에 불과하며 문학의 목적은 인간의 양심과 자유를 지키는 데 있다는 것이다. 번역은 안인길(중앙대 독문과)교수가 맡았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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