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잠수함 찾기는 한강에서 바늘 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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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천안함 침몰 사건 원인을 놓고 북한 잠수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 당일 북 잠수함 한 척의 행방이 묘연했다는 미군의 비밀 정보가 공개되면서 더욱 그럴듯한 시나리오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첨단 감시장비로 무장한 미군조차 해당 잠수함의 항로를 밝혀내지 못했다. 단지 정박해 있던 잠수함 한 척이 사라졌다 나타났다는 정도만 파악했다는 것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잠수함이 일단 바닷속으로 들어가 버리면 그 존재나 항로를 알아내기가 ‘한강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렵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중국 등 강대국의 군사 기술진들은 잠항 중인 잠수함 탐색기술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유용한 관련 기술 한 가지만 개발해도 ‘대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수함의 행로를 찾아낼 확률을 높일 만한 기술이라면 거액의 연구개발비를 쏟아붓는다. 천안함 침몰 사건을 계기로 바닷속 잠수함 찾기 기술을 살펴본다.

# 가장 오랜 기술은 음향탐지

미 해군이 청록레이저를 헬기에 탑재한 뒤 바다를 스캔해 얻은 잠수함 영상. 그러나 본격적으로 상용화하기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미군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시대에 옛 소련의 잠수함 꼬리를 잡으려고 잠수함이 다닐 만한 곳에 음파탐지기를 촘촘히 부설해 놓았다. 잠수함의 엔진이며, 함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소음을 음파탐지기가 잡아 전송하면 이를 분석해 러시아 잠수함의 바닷속 움직임을 감지해 냈다. 바닷속에서는 휴대전화나 TV 방송 등에 쓰는 전파가 거의 무용지물이다. 물에 흡수돼 멀리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리는 빠르게 전파된다. 소리가 공기 중에서 초당 340m 정도 가지만 물에서는 1500m 속도로 전달된다. 이 때문에 물속에서는 잠수함의 통화를 주로 초음파로 한다. 다만 잠수함 잡겠다고 드넓은 바다 전역에 음파탐지기를 골고루 다 깔아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때문에 군사기술 개발자들은 음파가 아닌 방법으로 잠수함을 찾는 기술 개발에 매달린다.

# 청록레이저로 바다 스캔

바다 속 잠수함을 잡기 위해 청록레이저를 위성에서 바다로 쏘는 가상도.

바닷속을 컴퓨터 스캐너로 훑듯 위성으로 스캔하면 어떨까. 1960년대 청록레이저가 바닷속 깊이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항공기나 위성에서 청록레이저를 바닷속으로 쏜 뒤 반사되는 파장을 잡아 물속 물체를 분간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군의 실험 결과 기뢰를 포함해 물속 150m까지의 정지된 물체를 식별해 낼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1970년부터는 인공위성으로 청록레이저를 발사해 바닷속을 스캔하는 연구를 해 왔다. 그러나 움직이는 물체를 성공적으로 식별해 낼 정도에는 이르지 못했다. 미 해군은 헬리콥터에 청록레이저를 탑재해 수심 12~30m 얕은 바다의 기뢰를 잡아내고 있다.

# 수면 아래의 물결도 관심 끌어

미국 캘리포니아 연안의 내부 물결파. 위성에서 전파를 쏘아 물결 분포를 알아낸다.

잠수함은 바닷속을 아무리 조용히 다닌다 해도 흔적을 남긴다. 그중 하나가 수면 위에 나타나지 않는 물결을 수면 아래에 만든다는 것이다. 이 물결만 잘 잡아내 잠수함이 만든 것인지 여부만 밝혀낼 수 있다면 추적에 성공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잠수함이 잠항하면 물속의 물을 밀어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수면의 물결에 영향을 미친다. 보통 수면의 물결은 불규칙적인데 비해 잠수함이 만든 물결은 아주 규칙적이다. 잠수함 잠항이 수면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수면에 나타나는 물결은 더욱 강해진다. 미국과 중국 등지에선 이런 현상을 이용한 연구가 은밀하게 진행된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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