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영의 만화 '삼국지' CD롬 대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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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한국 '성인만화' 의 선구자 고우영(62)씨가 인터넷 패러디신문인 ㈜딴지그룹과 손잡아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1978년 스포츠신문에 연재됐던 고씨의 만화 '삼국지' 를 무삭제판 CD롬으로 복원한 『고우영 디지털 삼국지』(CD 2장.전 10권.1천7백18쪽.2만4천원)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

6월말에 찍은 재판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고씨와 딴지일보의 만남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전성기인 1970~80년대에 『임꺽정』 『수호지』 『삼국지』 등을 내놓은 고씨와 2000년대 네티즌 문화의 선두주자인 딴지일보의 '총수' 김어준(33.오른쪽)씨가 의기투합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씨는 "세대는 다르지만 서로 통하는 사이" 라고 말했다.

"고우영씨의 만화 삼국지는 딴지일보가 추구하는 '엽기성과 패러디' 의 원조 같은 작품 아닙니까. 마침 한 직원이 그의 열렬한 팬이어서 인터뷰를 계기로 딴지일보에 삼국지를 다시 연재해 달라고 부탁드렸죠. "

이에 고씨도 자녀들이 딴지일보 애독자라며 흔쾌히 응했다는 것. 욕설이 섞여 있거나 장면이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여기저기 편집된 채 나왔던 다섯권짜리 단행본이 아니라 현재는 절판된 원래의 열권짜리 무삭제판을 복원하자는 제안도 고씨를 솔깃하게 했다.

그래서 4월 18일부터 연재를 시작했는데 네티즌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엄청 좋았다' . 그래서 김씨는 CD롬으로 만들어보자고 했으나 고씨가 다소 망설였다고 밝혔다.

"얼마나 팔리겠느냐고 했지요. 사실 1천부 이상은 기대하지 않았고요. 그저 '추억상품' 으로 소장할 만한 걸 내자는 정도였는데 '대박' 이 터진 겁니다. 해외에서도 구입 문의가 오고 있어요. "

출간 직후 딴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거의 사반세기 전에 만든 졸작을 이렇게 CD로 내놓고 보니 부끄럽고 '닭살' 이다" 며 겸연쩍어했던 고씨는 정가의 10%를 인세로 받기로 해 수입도 짭짤할 전망이다. 고씨에게 이보다 더 기쁜 일은 팬클럽이 곧 생긴다는 소식.

이번 CD롬을 통해 모인 팬들이 벌써 2천여명이다. 이에 따라 딴지그룹은 오는 8월께 고씨의 작품 전시회 등 색다른 형태의 팬클럽 출범식을 열 계획이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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