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 프로그램 하나 먹통에…44분간 '하늘이 깜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어, 이거 뭐가 잘못됐는데…."

지난 6일 오전 10시2분 인천국제공항 내 항공교통관제소직원들이 잠시 혼란에 빠졌다.

이날 새벽 새로 가동에 들어간 레이더 운영 프로그램이 제멋대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 21인치 크기의 레이더 모니터에는 우리 영공에 떠 있는 모든 항공기가 검은 점으로 표시되고 이 점마다 편명.고도.속도 등의 비행 정보가 함께 나타난다. 그래야만 항공 관제탑에서 한눈에 비행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그래픽 크게 보기>

하지만 모니터에서 검은 점을 제외한 나머지 비행정보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각 공항의 관제사가 항공기의 이륙 상황 등을 모니터로 확인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관제사가 일일이 해당 비행기와 교신해 비행 정보를 파악해야 하는 돌발상황이 생긴 것이다.

이에 항공교통관제소 측은 건설교통부 산하 항공안전본부에 긴급히 보고했다. 이성권 항공안전본부장이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프로그램이 복구될 때까지 모든 공항의 이륙 간격을 늘리라"고 지시했다.

평소 2분이던 항공기의 이륙 간격이 4, 5분으로 길어졌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이 복구될 때까지 44분간 인천공항 등 국내 14개 공항에서 64편의 비행기가 제때 이륙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나마 착륙에는 지장이 없어 소동이 덜했다. 국내로 들어오는 국제선 비행기는 출발 공항의 관제소에서 비행정보 등을 정상적으로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 사고 경위=레이더 운영프로그램의 교체가 사고의 발단이 됐다. 관제소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미국 록히드 마틴사가 제작한 것이다. 얼마 전 우리 관제소 측은 "레이더 프로그램을 사용할 때 몇 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면서 록히드 마틴 측에 '업그레이드'(성능 향상)를 요구했었다.

비행기 식별시간 단축 등 작업 과정 간소화가 요점이었다. 이에 따라 성능을 향상시킨 새 프로그램이 제작된 것이다. 정보화 관제소장은 "시험 작동에서 별 이상이 없어 6일 오전 4시부터 새 프로그램을 가동한 것"이라고 했다.

간신히 44분 만에 응급복구를 했으나 고장 원인을 밝혀내지는 못했다. 결국 관제소 측은 미국으로 해당 프로그램을 보내 원인을 밝히기로 했다.

이성권 본부장은 "사고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 상황에서 새 프로그램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항공사고에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종전 프로그램으로 다시 교체했다"고 밝혔다.

강갑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