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친정어머니 모시는 '스팀청소기' ㈜한영베스트 한경희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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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희 사장(中)이 시어머니 이강순(左)씨, 친정어머니 박수내씨와 서울 망원동 자택에서 얘기하고 있다.[신인섭 기자]

최근 주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스팀청소기를 생산하는 ㈜한영베스트의 한경희(41) 사장. 성공한 여성 벤처사업가로 꼽히는 그의 좌우명은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다.

집안 화목에 유달리 신경을 쓰는 그는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한 지붕 아래서 모시며 살고 있다.

한 사장은 결혼 직후인 1996년부터 친정어머니 박수내(70)씨와 살았고 지난해 시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시어머니 이강순(77)씨를 집으로 모셨다. 사돈끼리 한 집에서 부대끼다 보면 갈등의 소지가 적지 않을 법한데 그는 "든든한 후원자 두 분을 두게 됐다"고 말한다.

두 어머니 사이에선 나이가 적은 친정어머니 박씨가 자청해 동생 노릇을 한다. 한 사장은 아침 일찍 두 어머니의 손을 잡고 아이들과 함께 집 뜰에서 운동을 하고 주말에는 찜질방에 함께 가는 등 살갑게 지낸다.

아들과 며느리가 일터로 나간 오후 시간에 두 어머니는 노인정에 나가 친구들과 어울린다. 친정어머니 박씨는 "주변에선 불편하지 않으냐고들 하지만 무슨 일이든 생각하기 나름 아니겠느냐. 어찌 보면 자식을 나눈 사이인데 오히려 형제처럼 잘 지낼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어머니의 적극적인 후원 덕분인지 한 사장의 사업은 날로 번창하고 있다. 지난해 4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 매출은 15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홈쇼핑 판매에 치중하던 이 회사는 최근 전자제품 전문점 하이마트에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달엔 2004 벤처기업대상 중소기업청장상을 받았다. 사업이 커지면서 한 사장의 귀가 시간은 밤 10시를 넘는 때가 많다. 하지만 두 어머니 덕분에 초등학교 1학년과 유치원에 다니는 두 아들에 대한 걱정을 덜었다고 한다.

그는 "두 어머니의 충고가 사업가로서의 처신에 도움이 될 때가 많다"며 "제품에 대한 조언도 아끼자 않는다"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acirfa@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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