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국·일본 공용한자 제정 파란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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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공통 상용한자 통일을 위한 한.중.일 세 나라의 노력이 점차 결실을 보고 있다.

국제한자진흥협의회(회장 정병학) 주최로 27~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 '한자 문화권내 생활한자 문제' 제6차 국제 토론회는 그런 징조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국제한자진흥협의회는 1991년부터 세 나라의 공통 상용한자 제정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

출범 10년 안에 세 나라는 이체자전(異體字典)의 공동편찬 등에 합의하는 등 적잖은 성과를 거두었다.

96년 열린 제3차 회의 때 이미 세 나라는 공통 상용한자수를 2천2백~2천3백자 내외에서 정하기로 의견접근을 본 바 있다. 현재 상용한자수는 한국 2천3백63자, 중국 2천2백38자, 일본 2천2백29자다.

이번 토론회에서 이응백 한국어문회 이사장은 앞으로 최종 합의에 이르기 위한 협의체 구성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이사장은 "한.중.일은 물론 북한과 대만도 위원을 내어 공통 상용한자의 자수.자형(字形.글꼴)을 조절하는 기구를 구성하자" 고 제안했다.

이이사장은 글꼴의 경우 강희자전(康熙字典)체를 기본으로 삼고, 두 나라 이상에서 쓰이는 간자(簡字)와 약자(略字)도 수용한다는 우리측 입장을 재확인했다.

우리 측의 이런 제안에 중.일.대만의 대표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한편, 이를 위해 자국의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그동안 한자 통일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중국이 "점차적으로 자형의 차이를 축소해 갈 것" (교육부 언어문자응용연구소 야오시솽 부소장)임을 밝히는 등 적극적 태도로 돌아서 세 나라 공통 상용한자 제정에 청신호가 켜졌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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